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인선에서 '낙마'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판 조회 등 보다 면밀한 인사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전국 3만여 수사 경찰관을 총 지휘하는 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는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인연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정 변호사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자 25일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은 즉각 정 변호사 사의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국가수사본부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野, 정부조직법 개정안 제출···"인사 검증 철저해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 변호사 사의가 '인사 참사'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실책이라며 인사정보관리단을 대통령실 혹은 인사혁신처 산하로 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복안에 대해 아주경제는 전문가 3명에게 제언을 구했다. 이들은 검찰 출신 인사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하려 했던 대통령실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철저한 인사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은 2017년 당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며 "고위직 검사라고 익명으로 보도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인선 과정에서 평판 검증이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학교폭력 관련 문제는 피해자에게 평생 상처로 남기 때문에 엄중히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의식···제도적 개선 필요"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현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하려는 것만 봐도 자기 사람만 주변에 두려는 윤 대통령 의중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 변호사 사의를 빠르게 수리한 것은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SNS에서 정 변호사 사퇴를 촉구한 것을 예로 들며 "대통령실의 빠른 결정은 20·30대 당원 표심을 생각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적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국가수사본부는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일환으로 신설된 조직인데 법무부가 검찰 출신 인사를 등용하는 것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치거나 검찰이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추천을 받았던 시절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면서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당시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학교 측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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