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이 진행됐다. 결과는 △가결 139 △부결 138 △기권 11 △무효 9 였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참석의원은 총 287명으로, 148명이 '가결'을 찍어야 하는데, 9표 미달로 체포동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그러나 표를 계산해보면 최소 31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당내 총의였던 '부결'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찬성'으로 간주되는 기권과 무효표를 합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이로 인해 이 대표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 내에선 비명계(비이재명)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사퇴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거망동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이번 체포동의안 사태를 당내 입지 확대를 위한 터닝 포인트로 삼느냐를 주목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되레 '개딸(개혁의 딸들, 이재명 강성 지지자)'들에게 찍혀 내년 총선에서 설 자리를 잃다고 본다. 어디에 좌표를 찍느냐를 두고 최소 31명의 비명계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비명' 이상민 "李 사퇴론 실제로 거론...'가결' 표 수, 빙산의 일각"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대표 의원을 꼽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겉으로 드러난 가결 표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그 밑의 얼음덩어리가 더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라디오 진행자가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거론하자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대표직 사퇴는) 실제로 거론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권노갑 민주당 상임 고문도 이 대표가 '선당후사'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당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미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표결 결과로 비명계의 존재감이 드러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명계가 내년 총선 공천 전까지 살아남으려면 이 대표와의 전면전에 돌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가 대표직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설립 등을 거론하며 세력을 과시에 나선다는 것이다.
"비명계 '배신자' 이미지 강해"...역풍 우려해 몸 사리기
그러나 역풍을 우려한 비명계가 당분간 몸을 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 날인 이날,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민주당의 길' 모임 회동이 예정됐지만, 돌연 취소됐다. 현재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찬성표를 던진 의원 40여명의 명단을 공유 중인데, 이를 의식한 비명계 의원들이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지금 당 안팎에서 비명계를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앞에선 그렇게 '압도적 부결'을 외쳤는데 결과는 완전히 다른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비판을 비명계가 피해 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명계 입장에서 지금 이 대표 및 친명계와 싸우기 시작하면 총선까지 1년 넘게 싸워야 한다"며 친명 세력이 공고한 민주당 내에서 쉬운 길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우려는 비명계 내에서도 나온다. 비명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상민 의원의 말처럼 이 대표의 사퇴나 당과 사법리스크의 분리 대응 요구는 커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천 얘기로 가기도 전에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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