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순위 청약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청약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하는 등 청약제도 손질에 나선 데 이어 2일부터 다주택자 대출규제도 완화하는 등 침체된 시장 띄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미분양 상황을 놓고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과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등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일부터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30%까지 허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대거 풀린다. 마포·노원 등 비규제지역의 경우 LTV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간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있던 주택 임대·매매 사업자에 대한 주담대도 같은 비율로 풀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규제지역 내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기준도 폐지된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와 청약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미분양 주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향후 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총 7만5359가구로,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인식되는 준공후 미분양도 7546가구에 달한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이 위험선을 넘어서긴 했지만 당장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등 시장에 개입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우선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춰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토부 기자단과 만나 "분양가를 낮춰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책 당국이 고민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런 고민과는 거리가 멀다. (건설사들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의 자구책 마련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부가 미분양 문제에 직접 개입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부동산 경착륙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금의 저조한 초기 분양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미분양 예상주택은 10만호를 상회할 우려가 있다"며 "미분양주택 잠재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자 자구노력과 적정 분양가 산정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금리 인상 등 환경변화가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민간임대리츠시장 활성화 및 등록민간임대주택 제도 정상화 등을 통해 민간시장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예전 미분양 위기 때 정부가 물량을 매입하는 정책을 사용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무주택·1주택자가 미분양 주택 구매 시 양도소득세, 취득세 면제나 중도금 대출 지원 등 다른 지원책을 주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미분양 사태가 위기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 정부에서의 미분양 감소가 극적인 수준이라 지금의 미분양 수치가 부각되고 있다"며 "2010년대 초중반에도 이 정도 수치에 시장이 작동했다"고 답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억지로 개입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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