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거론하며 "2023년 대통령 신년사를 써보게 했는데 정말 훌륭하더라"라고 호평했다.
윤 대통령은 챗GPT를 잘 연구해서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데 시간 안 쓰고 국민을 위한 서비스 창출에 에너지를 쏟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후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 세종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챗GPT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물으면 대개 첫 문장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미온적이라는 인상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유관 부처 외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업무 관련성이 낮은 부처에서도 챗GPT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다만 가시적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공정위가 챗GPT 활용법과 관련한 유튜브 홍보 영상을 찍고, 농식품부가 기존에 준비하던 AI 챗봇 서비스를 챗GPT로 바꾸는 안을 논의하고 있는 정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3년간 농업·농촌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인데 챗GPT를 활용해 안내의 정확성을 높일 예정"이라면서 "이르면 내년 9월 해당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홈페이지로 접수되는 질의 내용을 AI가 분석한 뒤 답하는 식이 유력하다.
다만 조직 차원의 대응 외에 일선 관료들의 개인적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다. 세종시의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챗GPT가 하도 회자되다 보니 지인들과 스터디를 시작했다"면서도 "개인적 차원일 뿐 업무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엑셀을 쓰거나 (외국어를) 번역할 때 가끔 활용해 보는데 아직은 챗GPT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 사용 빈도가 낮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보안 이슈나 오류 발생 가능성 등 문제로 챗GPT가 실제 공적 업무에 적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관료들도 있다.
또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는 "최근 업무용 PC로도 챗GPT 접속이 가능해졌다"며 "보안상 허점을 배제할 수 없어 실제 업무에 활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 청사 공무원들은 업무용 PC(내부망)와 인터넷용 PC(외부망)를 분리해 1명이 두 대의 PC를 쓰는데 내부망의 경우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네이버·구글 메일이나 웹하드, 카카오톡 등은 접속이 불가하다.
일각에서는 챗GPT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나 편향성 문제 등 때문에 공무에 직접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탓에 최신 정보가 누락돼 있다. 예컨대 현재 한국의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누구인지 물으면 각각 문재인과 홍남기라고 답한다.
대답 중 사실과 거짓이 혼재돼 있는 데다 출처도 명확지 않아 오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챗GPT는 채팅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정보나 지식을 얻는 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특징을 잘 파악해야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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