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과 위탁계약을 맺은 트레이너도 사업주의 구체적 업무 지시를 받아 일했다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헬스장의 지휘·감독 여부를 폭넓게 판단해 헬스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헬스트레이너 A씨가 계약 관계에 있던 헬스장을 상대로 낸 퇴직금지급 청구소송 에서 "퇴직금 138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4월부터 서울시 성동구 소재의 한 헬스장에서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위탁 계약을 맺고 회원들에게 개인 강습을 하는 트레이너로 일했다. A씨는 헬스장에서 위탁 받은 회원을 관리하면서 매월 기본급과 트레이닝 지도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다. 2018년 12월 일을 그만두면서 A씨는 헬스장 측에 "사실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일했다"며 퇴지금 13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형식상 위탁계약이었지만 실질적 업무관계를 따져보면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맞다고 보고 A씨 손을 들어줬다.
특히 1·2심은 A씨의 근무시간이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로 정해져 있었고 출근과 외출 보고, 수업 진도 보고 등을 팀장에게 했던 사정을 봤을 때 헬스장이 A씨에게 엄격하게 업무 지시를 하고 근태 관리를 했다고 봤다. A씨가 개별 강습을 할 수 없었던 점, 헬스장 직원 지시에 따라 주말 당직표를 만들고 청소 등의 업무를 한 점도 헬스장이 A씨를 지휘·감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헬스장에서 정한 가격표대로 상담하고 추가 할인이 필요한 경우 관리 직원 허락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며 "A씨가 받은 수수료도 A씨가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연동돼 있어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헬스장 측이 A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므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헬스장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했을 여지가 크다"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헬스장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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