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영 정상화가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사장 최종 후보로 낙점됐던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자진 사퇴하면서다. 최근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비롯해 전세 보증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15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HUG는 지난달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박 전 부사장을 최종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했으나 박 전 부사장이 돌연 당일 사퇴이사를 밝히면서 이병훈 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 권형택 전 사장의 중도 사임 이후 반년째 기관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조만간 HUG 신임 사장에 대한 재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종 사장 선임까지 앞으로 최소 2~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시창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빌라왕 사태'를 비롯해 전세 보증 사고가 급증하는 등 HUG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월 HUG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액은 16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23억원)에 비해 224% 급증했다. 올해 대위변제액이 1월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말이면 2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또한 HUG가 대위변제한 주택 중엔 보증금 반환 의사가 없는 ‘전세사기’ 물량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으로, HUG는 이 가운데 9241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에 불과했다. 대위변제액 대비 회수율은 2020년 50.1%, 2021년 41.9%, 2022년 23.6%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대위변제금이 늘어나면서 보증공사는 지난해 10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공사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정부는 HUG의 재정 상태가 계속 악화하자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까지 보증 발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가 54.4배까지 올라오며 한계선에 근접했다. 60배를 넘어서면 HUG의 보증상품 공급이 전면 중단된다.
국회에는 HUG의 보증 총액한도를 자기자본의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인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근절 종합대책’에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100%에서 90% 이하 주택으로 조정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 90%로 낮추기로 했지만, 80% 이하로 더 내려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세자금 대출 가능 비율을 조정하고, 임대인·임차인의 상환 능력을 더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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