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키우는 공조부]<上> 전속고발제 개편 앞두고 독자 수사 보폭 넓히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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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3-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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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 국정기조 의식한 듯..기업·총수 수사 대폭 강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과 담합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대대적 사정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고발에 앞서 전속고발 사건에 대해 선행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기업 총수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수사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의 전속고발제 개편에 보폭을 맞추면서 기업 수사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 강화도 꾀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속고발제 사건을 포함해 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검찰은 국내 가구업체들의 ‘특판 가구’ 입찰 담합 의혹을 두고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체 사무소 10여 곳에 대해 강제 수사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 고발 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우선 입찰 담합 위반 혐의로 해당 사건에 대해 독자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진행 중인 주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검찰은 이달 들어 주요 그룹 계열사에 대한 수사에도 신속히 나서는 모양새다. 검찰은 시민단체가 구현모 KT 대표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고발장 접수 하루 만인 지난 8일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이 KT 계열사인 KT텔레캅 일감을 특정 시설 관리 업체에 몰아준 혐의 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조부는 부동산 거래 의혹 혐의가 있는 아난티와 삼성생명에 대해 강제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아난티는 2009년 매수한 서울 송파구 토지와 건물을 삼성생명에 매도하면서 두 배 이상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해당 기업 임직원에 대한 횡령 혐의 여부도 수사 중이다. 공조부는 지난 16일에는 아난티 전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검찰은 또 계약 도시락 업체에 대해 판촉비 명목으로 약 220억원을 부당 수취한 혐의가 있는 GS리테일에 대해서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조부를 필두로 검찰은 올해 들어 기업 총수와 경영자로도 수사 범위를 확대 중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적용해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번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가 검찰에 구속된 첫 사례다.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가구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을 지난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전·현직 임원을 가리지 않고 연일 기업 경영진에 대한 수사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공조부장으로 부임한 이정섭 부장검사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수통’ 출신인 이 부장검사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계기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법정에 세운 인물이다. 공조부장 부임 후에는 공정위 고발에서 제외되거나 수사가 부실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장검사 부임 후 공조부가 공정위에 요청한 고발 건수는 10건으로 2013년 공정위에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된 후 최대치다.
 
檢, 기업 수사에서 존재감 확대
검찰은 전속고발제도 개편, 공정위와 담합 사건 조사 협력 등 정부 시책과 보폭 맞추기에도 나섰다.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전속고발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기업 활동 위축을 막고자 1980년 도입됐다.

그러나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거래상 지위’ 남용 등에 대한 형사고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봐주기 논란도 일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2월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를 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하면서도 '위법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 고발은 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접수한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거래상 지위’ 남용과 차별적 취급 사건 198건 중 공정위가 형사 고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정부는 전속고발제 개선을 위한 세부적 정책 과제로 ‘심각한 반칙행위는 원칙적 고발’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정책 논의에 나섰다.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고발 기준 마련’도 제안한 상태다. 전속고발제는 존치시키되 그간 정부가 강조해 온 ‘공정 시장경제’에 걸맞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위 권한은 기존보다 소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게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공정위는 경제 부처가 아닌 경제사법기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검찰과 법무부·공정위 실무자들도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실무협의를 개최하고 전속고발제 개편을 위한 세부적인 정책 과제 사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아울러 검찰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를 반부패부와 강력부로 분리하고 반부패부 산하에 반독점과를 새로 설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사2부 등을 새로 보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부의 국정 철학인 '공정'을 검찰도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기업 수사에 나선 데에는 기업 비리와 공정거래 수사에서 검찰의 입지와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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