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K콘텐츠 위협하는 불법 사이트 '우후죽순'…업계, 막심한 피해 속 공동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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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03-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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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이후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검색량 20배 넘게 폭증

  • '누누티비' 피해 규모 약 4조9000억원 추산…웹툰·웹소설 최신편도 불법 공유 '만연'

  • 사이트 차단도 임시방편…국내 아닌 해외에 서버 있어 운영자 처벌도 쉽지 않아

  • K-콘텐츠 글로벌 확대에 대표적인 걸림돌…업계 물론 정부·국회도 대책 마련에 분주

넷플릭스에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의 모습. 공개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누누티비' 등 불법 OTT 공유 사이트로 콘텐츠가 유출됐다. [사진=넷플릭스]


지난 10일 오후 5시 넷플릭스에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자 드라마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검색량이 폭증했다. 12일 오전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불법 사이트인 '누누티비'의 검색량 상승률이 2000%에 달했다. 상승률 전체 6위에 해당한다. 누누티비의 검색량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인기작이 공개될 때마다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OTT에 신작이 공개되면 불과 수십분 만에 바로 불법 사이트에 유통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몰린다. 누누티비에 공개된 더 글로리 마지막화의 조회수는 19일 기준 약 480만회에 달한다. 

지난 15일에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외전' 최신화가 공개됐다. 이는 19일 현재 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에 고스란히 업데이트돼 있다. 해당 불법 사이트에는 매 화마다 댓글이 세 자릿수씩 달릴 정도로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꼭 '나혼렙 외전'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웹툰이나 웹소설 최신화가 유료 연재 플랫폼에 올라온 이후 며칠, 빠르면 몇시간 만에 불법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는 사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반복돼 왔다. 심지어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돼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이 K-콘텐츠로 불리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며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는 불법 유통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업체를 막론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 업로드되자마자 불법 사이트로 유출…콘텐츠 업계 대응책 마련 '분주'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MBC, KBS, CJ ENM, JTBC 등 방송사와 영화제작사·배급사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SLL, OTT 업체인 콘텐츠웨이브와 티빙 등이 손잡고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점차 교묘해지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및 무단 이용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협의체를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각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누누티비를 신고해 오긴 했지만, 이에 대해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9일 '누누티비'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제출하며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누누티비를 점찍어 고소한 것은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중에서도 트래픽 등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협의체에 따르면 누누티비는 지난달 기준으로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3800회에 달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유료 OTT 서비스 가입자 수보다 많다. 최근 여러 OTT 서비스가 흥행하면서 월 구독료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이들 콘텐츠를 불법으로 한데 모아 보여주는 누누티비로 이용자들이 몰리는 흐름이다. 이러다 보니 영상업계는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 규모가 약 4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누누티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웬만한 주요 OTT 앱들의 이용자 수를 넘어선다. 그만큼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의미다. [사진=아주경제DB]


웹툰·웹소설 업계는 이미 지난 2020년부터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투믹스, 탑코 등 6개 주요 웹툰 플랫폼 운영 업체들이 모여 '웹툰 불법유통 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여기에 키다리스튜디오와 원스토어가 가세해 8개 기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현재 서비스 중인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저작권 증거 침해 수집과 감시를 공동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저작권보호원 등과 함께 '웹툰 저작권 보호 캠페인'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이 일찌감치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웹툰 불법 유통 시장 규모는 8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나 늘어났다. 아직 불법 유통 시장 규모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웹소설 시장까지 합치면 피해 액수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각도의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017년부터 '툰레이더'를 도입해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했다. 그 결과 기존에 몇 시간 만에 불법 유통되던 것을 최근 평균 3~4주까지 지연시키는 효과를 거뒀고, 해외 불법유통 작품 수도 30% 감소했다. 최근 사내에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저작권 침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웹툰 불법유통 근절 TF를 가동하고 지속적으로 불법유통 대응에 나서 왔다. 지난해 12월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차단한 불법 웹툰·웹소설 게시물은 688만건에 달하며, 특히 불법 유통 문제가 심각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중국 내 불법 게시물 삭제 건수도 104만건에 이르렀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는 지난 7~8월에 걸쳐 나란히 웹소설 불법 유통 사이트 '북토끼'를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북토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로 웹소설 위주로 불법 유통하는 국내 최초 사이트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였던 '밤토끼' 운영자가 처벌을 받은 선례가 있다 보니 대응 차원에서 경기남부경찰청에 북토끼를 고발한 것이다. 
 
문제 심각성 인지하지만…운영자 빠른 처벌은 쉽지 않아

이처럼 불법 사이트에 대한 차단·대응 등을 위해 각계에서 나서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뿌리뽑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사이트 운영자를 체포·처벌하기 위해서는 해외 정부 및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 인터폴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외 콘텐츠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상호 긴밀한 국제 공조를 약속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이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는 실제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해 수사 착수에서 검거·처벌까지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트 차단 자체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차단을 하더라도 URL 뒷부분만 살짝 바꿔 대체사이트로 연결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이트 차단 효과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트위터,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새로운 URL을 이용자들에게 공지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누누티비' 역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사이트 폐쇄가 이뤄졌지만 꾸준히 대체사이트를 개설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방심위의 불법 사이트 심의 기간을 줄여 신속한 사이트 폐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말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제3차 불법웹툰 대책 마련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승수 의원실]



다만 OTT와 웹툰·웹소설의 국내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태계 자체를 좀먹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체부는 이에 지난 1월 웹소설 작가·출판사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보호 정책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하며 불법 유포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업계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하고 나섰다. 국회 역시 김승수 의원실 주최로 '불법웹툰 대책 마련 연석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국내외 저작권 보호 유관 기관과 웹툰 분야 기업·협단체 등이 참석해 정부 업무현황을 점검하고 문제점, 제도 개선 사항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콘텐츠 불법 유통을 기존 저작권법뿐만 아니라 '사이버 범죄'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불법 사이트를 단지 '저작권 침해'라는 시각에서 보다 보니 아직 국내 사법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의 시각이다. 사이버 범죄라는 틀에서 본다면 문체부를 넘어 외교부, 경찰청 등의 개입 여지를 늘려 보다 엄격한 처벌을 기대할 수 있고, 해외 정부 및 수사당국과의 보다 용이한 공조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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