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되는 대만 차이잉원…9번째 단교국 온두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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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3-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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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미 악재…온두라스 '대만과 단교' 선언

  • 총통 취임 후 9개국 '대만 단교·중국 수교'

  • 대만 우방국 '단교 도미노' 우려

대만 타이베이에 소재한 국립 대만대 캠퍼스에 걸린 대만 청천백일기(왼쪽)와 온두라스 국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가 26일(현지시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이달 말 미국 방문을 앞두고 터진 악재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대만 우방들의 '대만 단교, 중국 수교'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며 대만의 국제사회 외교 고립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강조한 온두라스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 부장(오른쪽)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이 양국 간 수교 체결에 서명한 후 축배를 들고 있다. [사진=CCTV 캡처]

온두라스 외교부는 이날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어떠한 접촉이나 공식적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전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로, 대만은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했다.

온두라스 외교부 발표 직후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온두라스와 단교하며 현지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 베이징에서는 친강 중국 외교부 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이 양국 간 수교 체결에 서명하고 축배를 들었다.  
 
이번 온두라스의 단교는 차이 총통의 중남미 방문에 앞서 터진 악재다. 차이 총통은 이달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남미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는 계기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미국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다.

특히 차이 총통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차이 총통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미국 현직 정부 또는 의회 요인과 공식 회동할 경우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살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해 대만 당국과 접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반발해왔다.  
 
차이잉원 美 '경유 외교'···찬물 끼얹은 中
사실 온두라스의 단교 가능성은 이달 중순부터 예고됐다.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수교 추진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23일 레이나 외무장관이 직접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 간 수교 수립을 논의한 것이다. 

미국의 '경고'도 먹히지 않았다. 대만과의 단교를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온두라스에 보낸 특사단도 결국 "온두라스의 중국과 수교 모색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앞서 로이터는 보도했다. 

온두라스는 중남미 지역 최빈국 중 하나로, 1000만명에 가까운 인구 중 거의 74%가 빈곤 상태로 살고 있다.

이번 온두라스 단교 배경에는 중국의 ‘금전외교’가 자리 잡고 있다고 대만 정부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온두라스가 앞서 대만과 중국에 각각 25억 달러, 6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며, 대만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이를 수락했다는 얘기로, 온두라스의 단교를 중국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이 원래 하반기에 온두라스의 대만 단교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으로 중국이 이 계획을 앞당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금전외교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터무니없고 날조된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온두라스 대통령은 앞서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세계의 대세에 부합한다고 말했고, (단교는) 온두라스 자국 실정에 기반해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13개 남은 우방국···국제외교 고립되는 대만
사실 차이 총통이 2016년 취임한 이후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은 사실상 대만 수교국을 상대로 단교 압박을 가해왔다. 
 
차이 총통 취임 후 현재까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국가는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모두 9개국이다. 이에 대만 수교국은 차이 총통 취임 전 22개국에서 현재 13개국으로 줄었다. 대부분 중남미, 카리브해, 남태평양 지역에 있는 작은 나라다. 내달 선거를 치르는 남미 파라과이도 중국과 수교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실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중남미 제2교역국으로 떠오른 데다가,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현지 투자와 인프라 협력을 적극 추진하며 미국의 영향력은 차츰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조보는 "온두라스가 대만 단교 도미노 물결의 시작이 될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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