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뇌전증 로봇수술장비 정부 지원 구매 계획을 공문으로 알리면서 수입산 특정 브랜드에 대한 자료를 함께 배포했다. 뇌전증 로봇수술장비를 국내 기업이 이미 상용화했음에도 수입 브랜드만 지원 대상 품목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바이오헬스를 제2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와도 배치되는 행보다.
28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각 지자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 뇌전증 로봇수술장비 도입에 대한 수요 조사와 함께 지원 계획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문서에는 미국 의료기기 기업인 짐머바이오메트의 ‘ROSA’ 제품 지원 계획이 함께 첨부됐다.
이미 국내 제조업체가 뇌전증 로봇수술장비를 상용화했지만 정부 지원 계획에서는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 구입이 결정돼도 문제다. 향후 결함이 생겨도 애프터서비스(AS)를 받기 어려운 것이 대표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서도 지원 계획에 ROSA 제품만 포함된 것에 대해선 “해당 기기에 대한 수요 조사는 아니고 예시였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6월까지 뇌전증 지원 사업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나서 관련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향후 지원 계획에서는 브랜드를 특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사안에 대해 복지부가 시장 조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 의료 현장과 의료기기 업계 목소리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뇌전증 관련 예산안은 13억원이며 이 중 장비 예산은 7억원이다. 나머지는 뇌전증지원센터 운영비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뇌전증 로봇수술장비는 미국 짐머바이오메트의 ‘ROSA’와 국내 기업인 고영테크놀러지의 ‘카이메로’ 등 2종이다.
ROSA는 2007년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국내에서는 2021년 뇌전증 치료 수술용 로봇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ROSA는 2020년 복지부 예산으로 설립된 뇌전증지원센터에 이듬해 4월 정부 지원으로 국내에 도입됐다.
카이메로는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산업 원천기술 개발산업을 계기로 개발이 시작됐다. 이후 2016년 말 식약처에서 제조·판매 허가를 획득했고 2020년 10월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 도입돼 수술실에서 활용됐다. 다음 해엔 삼성서울병원에 도입돼 현재 국내에선 총 2대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보통 자문 교수 말에만 의존해 시장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지원 계획을 수립할 때가 많다”며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한 회사 제품은 도입 이후 문제가 발생해도 빠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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