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26년차 호스피스 의사가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며 배운 삶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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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5-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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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다케토시. 그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천명의 환자들을 돌본 호스피스 의사다. 수많은 죽음들을 마주했던 그와 함께 '후회 없이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자와 다케토시 [사진=필름 출판사]

Q.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공간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A. 의사로 직업을 선택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의사가 됐어요. 호스피스 병동은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소중한 곳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이 입원하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관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죠. 힘이 되고 싶어도 힘이 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 속에서 저의 나약함과 마주하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Q.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살고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A. 후회가 적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1.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지 말 것
2. 나이를 먹어도 도전하고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것
3.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보일 것
4.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것

"좋은 죽음이라는 생각은 잘 살아온 삶의 뒷발꿈치가 될 거예요.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그 끝에는 좋은 죽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사람의 감각 중에 청각이 가장 오랫동안 살아 있는다고 들었어요.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이 환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좋을까요?
A. 본인과 가족, 그리고 관련되는 우리가 웃는 얼굴로 온화하고 행복한 배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말을 할 수 없게 돼 가는 환자가 본인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웃는 얼굴이 될 거예요.

마지막 순간에 하면 좋을 말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예를 들면 '할아버지의 출생지는 ○○이겠죠. 젊었을 때는 ○○의 일을 하시고 정년 후에는 ○○의 취미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녀인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할머니를 잘 보살펴주고 형제 사이좋게 지내는 거죠' 이와 같이 할아버지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걸어 줍니다.

만약 내용이 맞다면 할아버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그리고 본인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족이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될 거예요.
 
Q.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 유족이라고 불리게 되잖아요. 그 말이 너무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마지막 이별의 순간, 의사의 역할이 궁금해요. 의사는 그 순간 뭘 하나요?
A. 마지막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가 바라는 건 본인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단지 사망 진단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설령 본인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고 해도 본인이 지금까지 살아 온 역할, 소중히 해 온 것,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등을 가족과 함께 되돌아보고 본인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각하죠. 본인의 마음과 가족의 마음의 유대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다면 가족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Q. 트라우마가 생길 때도 있을 텐데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나요?
A. 인생은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희망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이 있어요. 그러나 간병 일을 통해 배운 것은 이것이 인생이라는 거예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걸요. '왜 나만 이런 꼴을 당하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못하는 자신을 '이것으로 됐다'고 인정한 누군가와의 인연을 소중히 하다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일 거예요. 진정한 힘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에요. 힘이 되지 못하고 약하고 무력한 스스로도 성실하게 일을 계속해 나가는 온화한 마음에 있어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게 되면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버팀목을 소중히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어요.

Q. 죽음을 통해 뭘 배웠나요?
A.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은 많아요. 사람이 죽는 것은 큰 슬픔이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죽음은 유한으로부터 무한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우치무라 간조씨가 말하는 '수목적 성장'이죠. 나무는 자기가 만든 살을 누가 먹는지는 몰라요. 그 몸은 누군가에게 영양과 지혜를 주죠. 나아가 사람이 살아온 평가는 당사자, 주위에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에요. 세대나 사회를 초월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수목적 성장과 같이, 죽음은 절망으로 생각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살아온 소중한 것, 존엄과 관계되는 것이 있어요.

누구에게 물려받을지는 모르겠어요. 직계가족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자식이 없으니까 자기는 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문화로 이어지기도 하죠.

한 사람의 죽음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아이가 있든 없든 문화적으로 소중히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살아온 존엄, 간직해 온 것들을 지켜야 돼요.
 
Q. 마지막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는 사람들과 삶의 우선순위를 미래에 두면서 지금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진정한 행복은 남과 비교하는 것에서 얻을 수 없어요. 그러나 경쟁은 중요해요. 기술 혁신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혼자만 행복해서는 좋은 사회가 될 수 없어요.

제 목표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가 앞으로 시대상에 문제시될 것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호스피스 마인드예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아요. 비록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겪는다 하더라도 사람은 행복을 실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호스피스 의료를 통해 배워왔어요.

일부 사람만 할 수 있는 전문적인 관리가 아니라 살고 있는 곳·돈·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소중한 사람은 자기 마음의 케어를 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마인드가 좀 더 앞으로의 사회에 필요해요. 전문적인 심리 케어를 모든 인생의 곁에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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