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공급망 전략을 수립하고 구조전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복합위기 상황에서 주요국들이 실행한 긴축정책, 미·중 전략경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전략적 생존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대희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30일 열린 '제2차 KDI 국가미래전략 컨퍼런스'에서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충격은 에너지 및 식량 공급망을 통해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 환경을 가져왔다"며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의 초강세는 다소 진정됐으나 고금리에 따른 불확실성 역시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정 부장은 "시진핑의 세계 패권 추진 전략에 대응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부에 이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경쟁 관계를 설정했다"며 "직접적 충돌이나 대립은 회피하고 있지만 가치경쟁, 기술경쟁을 통해 대응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중 전략경쟁은 세계경제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주요 20개국(G20) 체계에도 중요한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국제협의체의 구성 변화를 살펴보면 G20의 비중은 85%에서 75%로 축소된 반면, 서방 주도 금융 체제의 대항마로 떠오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는 17%에서 28%로 확대됐다.
최근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Chip4)' 동맹이 체결돼 미국·한국·대만·일본 4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이후 기후대응을 위한 국제논의가 강화되면서 금융투자, 국제무역 등에도 중요한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기후 관련 공시기준 강화 및 EU의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등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논의는 국내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이같은 복합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결 방안도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는 "지정학적 위험 관리를 위해 자유무역, 공정거래 등 기반을 원칙으로 설정해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정책 및 상호의존성 무기화 등의 고려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공급망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제논의에 부합하는 탄소정책 추진과 민간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데이터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공공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경제사회 전반의 역동성도 강화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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