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모두가 등 돌렸던 대한축구협회의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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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3-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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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일방적으로 승부조작 가담자 등 100명의 사면을 발표했다.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자축하고 축구계 대통합을 위해서다.

발표 이후 상황은 KFA의 생각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대통합은커녕 손절하기 바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면 계획이 없다"고, KFA의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징계 삭제 규정이 없다"고 했다.

축구 애호가들도 등을 돌렸다. 국가대표 응원단인 붉은악마를 필두로 K리그 각 팀 응원단에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팬들은 축구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보이콧'을 논하기도 했다.

축구 담당 기자들도 충격에 휩싸이긴 마찬가지였다. 발표 시기는 우루과이전 시작 1시간 전이다.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기자들은 문자로 해당 사실을 통보받았다. 문자 내용은 '대한축구협회,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이다. 말 그대로 단행이었다. 

단행 결과 KFA와 마주 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등을 돌렸다. 난처해진 KFA는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긴급 이사회임에도 이사 29명 중 27명이 참석했다. 참석률이 무려 93%다. 이사회에서는 사면을 철회했다.

정몽규 KFA 회장이 결국 머리를 숙였다.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겠다. 더욱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가 되겠다. 축구 애호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다.

사면 단행은 사흘 만에 우발사건으로 남았다. KFA는 올해 90주년을 맞았다. 10년 뒤인 2033년이면 100주년이다. 이번 단행은 마치 1933년 같았다.

대한민국 축구는 월드컵 홈 4강, 원정 16강 2회라는 찬란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단행은 월드컵으로 비유하면 본선 진출 실패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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