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주 중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지만, 국내 송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도 권 대표에 대한 자국 송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뿐더러,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에는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테라‧루나의 증권성 유무 여부도 불명확한 실정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테라를 홍보해주고 그 대가로 코인을 챙긴 혐의(배임증재)를 받는 티몬 전 대표 유모(38)씨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에서 두 사람의 공범인 권 대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 구속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국외소재 공범 등 수사에 장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미국·몬테네그로·싱가포르 '권도형 수사' 각축
테라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잇단 구속영장에 더해 검찰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먼저 한국은 물론 몬테네그로와 미국이 자국 송환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권 대표가 어느 국가에서 수사를 먼저 받을지는 몬테네그로 법원 판단에 달렸다. 국제법상 피의자를 체포한 국가는 송환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며 범죄의 중한 정도 등을 고려해 송환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대표 송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최근 브리핑에서 "변수가 많고 아직 불투명하지만 (권 대표를) 한국으로 데려오면 피해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처벌하는 게 맞고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사법권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라·루나 증권성 갖나...檢,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주력'
또 다른 변수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유무 여부다. 수사팀은 폭락 사태 직후 투자자들이 권 대표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테라‧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테라‧루나의 증권성을 증명해내면 자본시장법상 증권범죄의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있다.증권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은 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가지고 특정 주체가 일종의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린다. 코인에 정통한 이은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로)는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에서 증권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사실상 코인을 가지고 일종의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루나를 보유한 준비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등 일정 부분 수익 보장을 해주고 있는데, 검찰은 이 부분을 중심으로 증권성을 갖는지 여부를 판단할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익 또는 위험회피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된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증권전문 차상진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는 "검찰이 법원에서 증명을 잘 할 경우 충분히 증권성이 인정될 수 있어 보인다"며 "특히 루나‧테라는 미국 달러와의 가치 연동성을 강조했는데, 미국 달러에 따라 가치가 연동되는 국내 ETF 상품의 경우 전형적인 증권에 해당한다는 점에 비춰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려면 미국법에 따라 증권을 팔기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도록 규정돼 있다. 증권 해당 여부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판단한다. 하위 테스트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로 4가지 기준에 해당할 경우 투자로 판단, 증권법을 적용하도록 한다.
4가지 기준은 △투자자금(Investment of money)이 이뤄지고 △그 자금이 공동의 사업(Common enterprise)에 투자되고 △투자에 따른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Reasonable expectation of profits)를 할 수 있고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Derived from the efforts of others)으로 발생된다는 것이다.
최재윤 변호사(법무법인 태일)는 "미국의 하위 테스트에 따라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증권성 판단이 최초로 이뤄졌고, 투자계약 증권으로 인정됐다"며 "루나의 증권성 또한 이 기준에 따라 판단될 것이고,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기소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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