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에 따르면 미국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23일에만 해도 전망치는 3.5%에 달했었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통하는 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10년물(3.293%)과 3개월물(4.799%)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는 약 -155.8bp에 달했다. 통상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수록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며 마이너스가 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경기침체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10년물-3개월물 간 국채 금리 역전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1980년대 후반 연준이 금리를 8~9%까지 끌어올렸던 스태그플레이션 시기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두 국채 금리 간 역전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딥 리세션(deep recession, 깊은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식으면서 3월 미국 서비스 부문은 예상보다 더 둔화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서비스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를 기록하며, 전달(55.1)보다 하락했다. 기준선인 50을 웃돌며 확장세를 유지했으나,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4.5를 밑돌았다.
로이터는 “제조업 업황의 지속적인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업이 예상치를 하회한 것은 올해 경기침체의 위험을 높인다”고 짚었다.
서비스 부문의 고용 성장도 완만했다. 서비스업 고용지수는 2월 54.0에서 3월 51.3으로 하락했다. 이는 노동 시장의 둔화 증거로 볼 수 있다.
코스트코의 지난달 미국 판매가 0.9% 증가하는 데 그친 점도 경기침체 우려를 더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율로, 가계 소비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꿈쩍 않던 고용 시장마저 흔들리며 '무착륙' 기대는 사라졌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2월 채용 공고 건수가 크게 줄어든 데 이어 민간 부문 고용까지 움츠러들었다. 미국 ADP 전미 고용보고서의 3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 대비 14만5000명 늘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1만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은행 부문 혼란도 가시지 않았다. 22개 미국 은행의 주가를 추적하는 KBW은행 지수는 0.5% 하락했다. 특히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 캐나다 TD은행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로이터가 데이터 제공업체 ORTEX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TD뱅크에 대한 공매도 금액은 42억 달러에 달하며, 세계 은행들 가운데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렸다.
TD은행이 공매도의 먹잇감이 된 것은 이 은행이 찰스 슈와브의 대주주인 데다가 퍼스트 호라이즌 인수 건 때문이다. TD은행이 퍼스트 호라이즌을 134억 달러에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주주들은 인수를 취소하거나 더 낮은 인수 가격에 재협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애널리스트들은 TD은행의 미국 지역 대출 기관에 대한 익스포저를 우려한다. TD은행 주가는 이번 주에 3.4% 밀리는 등 지역 은행 위기가 시작된 이후 15.7% 하락했다.
그러나 연준 고위 당국자들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미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준 금리가) 조금 더 높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