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이 11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두 달 연속 동결을 한목소리로 예측했다. 최근 본격화한 물가 상승률 둔화와 국내 경기 부진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이른바 '피벗(정책 전환)' 전망도 내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금통위를 앞두고 진행된 각종 설문 등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준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문가들 시각은 금통위 프리뷰 보고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이후 연준의 긴축발 우려는 상당 부분 완화됐고 금통위원들이 추가 인상 요인으로 지목했던 원·달러 환율 역시 13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면서 4월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과 신얼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도 "4월 금통위는 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지난 7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3%가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가장 큰 배경에는 최근 둔화세가 확인된 '물가 상승률'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2%를 기록해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을 보였다. 정부는 서서히 물가가 내려가 4·5월 중에는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경로가 한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만큼 금통위가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더 올려 경기 둔화를 부추기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여기에 한은이 최근 현실화하고 있는 경기 둔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발언도 동결 전망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아직 소수 의견이긴 하나 연내 피벗 가능성도 나왔다. 당장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 경기 둔화가 피벗 기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재균 애널리스트는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데 그 결정은 물가가 2%로 수렴하는 시기와 속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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