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의 경제학] 전문가 "경쟁력 약화 우려"···감산 중 투자 확대 이중고 리스크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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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4-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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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발전 고도화로 업황 부침 극심해져

  • 경기 회복기 놓칠 땐 경쟁력 약화 불가피

  • 성장동력 확보 함께 재무관리 강화해야

국내 장치산업 주요 기업이 잇달아 감산에 착수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당장 설비 가동을 멈춰 재고를 줄인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업황 부침이 빠른 주기로 반복되면서 감산 직후 찾아올 수 있는 호황 시기를 놓쳐 아예 이류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도 실적 악화로 감산하는 와중에도 설비·기술 투자를 병행하는 상황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대규모 투자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무적 리스크를 더욱 꼼꼼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 "감산 기간 중 기업 본원적 경쟁력 약화 많아"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마저 감산을 선언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무(無)감산'을 고수해오던 삼성전자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 전략을 선택한 것에 주목한 것이다. 그동안 숱한 위기에도 감산을 단행하지 않았던 만큼 감산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감산을 무조건적인 정답으로 평가하지 않는 경제 전문가들이 많다. 감산 경영에 안주하는 동안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상실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막상 경기가 회복됐을 때 다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이전 제품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탓에 다른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감산 와중에 미래를 위한 기술과 설비 투자를 줄이고 유동자금을 확보하려는 행보가 많아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 1990년대 초반 미국 경기 침체기 동안 연구개발 투자액을 감축한 GM과 크라이슬러도 향후 경쟁력 약화를 피하지 못하고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소니 등 일본 전자기업이 연구개발 투자액을 30%가량 줄였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구개발액을 오히려 30~110% 늘렸다. 이후 경기가 회복된 이후 삼성·LG가 글로벌 전자업계 선두 자리를 굳히게 됐다.

◆최근 트렌드는 감산 중 설비·기술 투자 확대···재무적 리스크 부각 우려

이 때문인지 최근 감산 경영에 착수한 국내 기업도 이 같은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위해 설비·기술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수십조 원 규모 설비·기술 투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도 탄소중립 등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화학사도 탄소 포집 등 그린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 발전 고도화 등으로 업황 부침이 매우 급격히 반복되면서 실적 악화로 인한 감산 와중에도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중고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에는 감산이 필요한 수준까지 업황이 악화됐다면 이후 반등하는 시기까지 다소 시간이 있어 투자를 줄여서 재무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를 늦출 수 없어 리스크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산과 투자 확대라는 '이중고' 상황에서 재무적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만큼 투자가 필요하지만 업황 악화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는 섬세한 리스크 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감산 이후 경쟁력이 약화된 GM과 크라이슬러, 소니 등은 생존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감산과 투자를 병행할 수밖에 없어 글로벌 최상위권 대기업도 자칫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재무적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업황 반등 시기를 면밀하게 살피는 능력이 중요한 시점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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