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가 취임 후 첫 출근을 한 가운데 시장은 BOJ의 통화정책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0년간 BOJ가 지속해 온 양적 완화로 생긴 부작용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넘겨받았다. 시장은 우에다 총재의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관련 힌트를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10일 NHK·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저녁 7시 15분께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와 히토미노 료조 부총재와 함께 취임 첫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우에다 총재가 '물가 상승률 2%로 안정'을 목표로 현재의 제로 금리 등을 통한 대규모 양적완화를 유지하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BOJ의 완화 정책에 중립적 의견을 냈다. 지난 2월 중의원 청문회격인 소신청취에서 "양적완화를 계속해 경제를 확실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임금 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로다 하루히코 체제의 핵심이었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에 대해서는 채권시장의 기능 저하라는 부작용을 인정했다. 우에다 총재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YCC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재검토할지는 구체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시장에는 우에다 총재가 머지않은 시점에 YCC 정책을 조정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에 만기가 5년 이하인 일본 회사채 발행액은 7조4000억엔(약 7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회계연도 동기 회사채 발행액인 5조 7000억엔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특히 1~3월 분기에 단기 회사채 발행은 17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은 "일본 기업들이 BOJ가 양적완화를 철회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저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는 점도 YCC 정책 조기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7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근로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 감소하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명목 임금이 1.1% 올랐지만 물가가 너무 크게 오른 탓이다. 석유 등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의 특성상 엔화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도 BOJ가 YCC를 연내에 수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조사업체 퀵(QUICK)과 닛케이 벨리타스가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5명 중 절반이 4월이나 6월에 BOJ가 YCC를 수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블룸버그통신이 시장 전문가 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중 31%가 6월에 YCC가 조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BOJ가 양적완화를 중단하면서 곧바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발 금융권 위기를 지적하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급격한 국채 가격 하락은 뱅크런 등 금융권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SMBC 닛코 증권의 마키노 준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YCC를 수정할 경우 투기적 움직임과 금리의 불연속적인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장기금리 변동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점도표와 같이 시장과의 소통을 높이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YCC정책과 기준금리 등을 발표하는 BOJ의 금융정책 결정회의는 오는 28일과 6월 16일로 예정돼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