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6월 9%를 웃돌며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5.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물가를 잡기 위해 수차례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도 마다하지 않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서서히 긴축 종료를 위한 채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통화정책 역시 이와 비슷한 수순에 접어들 여지가 커졌다.
13일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해 전월(6.0%)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1%보다 낮고 2021년 5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로도 0.1% 올라 시장 전망치(0.2%)를 밑돌았다.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5.6%로 전월(5.5%) 수준을 웃돌았으나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지난 2년여 동안 미국 물가 변동 폭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2021년 초 1%대로 중앙은행 목표치(2%)보다 낮았던 미국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팬데믹 등 여파로 반년 만에 5.4%로 폭등했고 그로부터 1년 뒤에는 9.1%로 10%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연준은 폭등하는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게 대응했으나 물가 추세를 꺾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이번 물가 둔화로 당장 다음 달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결정 무게추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긴 하나 이번 물가 발표를 계기로 동결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동결(4.75~5.00%)될 가능성은 이날 낮 12시 30분 기준 34%, 베이비스텝에 나설 가능성(5.00~5.25%)은 66%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27%)보다 동결 전망이 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연준 결정에 자유롭지 않은' 한은 특성상 국내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연준이 통화긴축에 속도를 내면 한은 역시 양국 간 금리 역전차와 그에 따른 강달러, 외화 유출 등을 감안해 금리 인상에 발을 맞춰야 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미국 물가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긴축이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만큼 한은 통화정책 역시 긴축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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