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주년 넥슨컴퓨터박물관…"온라인서 즐겼던 넥슨 게임, 이젠 오프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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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윤선훈 기자
입력 2023-04-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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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두산 넥슨컴퓨터박물관 부관장 인터뷰

  • "넥슨 게임 경험, 오프라인 확장 주력할 것"

  • 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 등 다양한 넥슨 게임 접목

  • "게임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고 경험 공유하는 장 됐으면"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지난 1일 박물관 재개관 당시 설치한 메이플스토리 아트워크의 모습. 기자가 방문했던 당시는 한창 래핑이 진행 중이었다. 사진은 래핑이 완료된 모습. [사진=넥슨컴퓨터박물관]


지난달 27일 찾은 제주 노형동 넥슨컴퓨터박물관. 4월 재개관을 위한 막바지 리뉴얼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외벽 한쪽에 설치되고 있는 메이플스토리 아트워크였다.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인 핑크빈, 슬라임, 예티, 주황 버섯, 돌의 정령 등이 포털을 통과하는 모습이 벽에 그려지고 있었다. 화면 너머에서 볼 수 있던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들이 오프라인에도 등장한 셈이다.

이달 1일 재개관에 맞춰 완성된 메이플스토리 아트워크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기자와 만난 박두산 넥슨컴퓨터박물관 부관장은 메이플스토리 아트워크를 소개하며 "올해부터 박물관에서 넥슨 지식재산(IP)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 등 넥슨 게임이 박물관에서 화면 밖으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지난 2013년 7월 개관했다. 개관 당시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컴퓨터 박물관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후 꾸준히 전시 콘텐츠를 보강하며 10주년을 맞았다. 올해 기준으로 총 소장품 수는 7700여점에 달하며 현재 1800여종을 전시 중이다. 

'컴퓨터박물관'이라는 이름답게 전 세계 컴퓨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다양한 컴퓨터들과 각종 주변기기들이 전시돼 있으며 최초의 상업용 비디오 게임 '퐁(Pong)' 등 각양각색의 고전게임도 박물관 내에서 체험 가능하다. 이처럼 컴퓨터와 게임 관련 방대한 콘텐츠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에 비하면 넥슨 관련 전시 콘텐츠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바람의나라' 초기 버전인 바람의나라 1996과 넥슨의 미공개 게임 7종을 보여주는 '네포지토리' 정도였다.

박물관 측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넥슨의 게임 IP를 오프라인으로 펼치는 장으로 이곳을 활용할 계획이다. 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 등 오랫동안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넥슨의 다양한 IP들이 박물관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한다. 박두산 부관장은 "기존에는 넥슨의 IP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전시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넥슨과의 관계성을 보여줌으로써 넥슨 게임을 플레이했던 이용자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박두산 넥슨컴퓨터박물관 부관장. [사진=넥슨컴퓨터박물관]


그 첫걸음이 메이플스토리 아트워크 '헬로, 리얼월드(Hello, REAL World!)'다. 온라인 세계의 즐거움이 오프라인에서 또 다른 재미로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기획됐다는 것이 넥슨의 설명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제공하는 증강현실(AR) 필터를 활용해 아트워크 전시를 촬영하면 캐릭터의 입체적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외 박물관 지하 1층에 메이플스토리 포토존과 즉석사진 부스가 마련됐고, 3층 오픈수장고에서는 4월 한달간 오픈소스 플랫폼 '아두이노'로 구현된 메이플스토리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 가능하다.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다양한 넥슨 IP의 오프라인 확장이 이뤄질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19년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카트라이더'가 대표적이다. 카트라이더를 그간 즐겼던 게이머들이 게임을 회상하고 추억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마련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논의 중이다. 박 부관장은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종료를 하면 플레이 기록 등 데이터도 다 없어지게 되는데,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싶었다"라며 "서비스 종료를 하더라도 어딘가에 시간과 노력,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넥슨이 꾸준히 시도했던 '게임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넥슨은 지난 2021년부터 운영 중인 네포지토리를 통해 개발이 중단된 넥슨의 미공개 게임 7종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 관련 콘텐츠도 순차적으로 네포지토리에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첫 주자가 카트라이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에도…"내실 다지는 계기"

개관 후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컴퓨터 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했다. 물론 부침도 없지는 않았다. 특히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박물관에도 큰 위기였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까다롭게 적용되면서 박물관도 장기간 휴관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박물관 측은 당초 예정보다 예약관람제를 빠르게 도입, 관람객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재개관했다. 이로 인해 2018년 한때 20만명을 넘었던 연간 관람객 수는 2020년 6만여명으로 급감했다.

박 부관장은 당시 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장기간 휴관이 이어졌지만 박물관 측은 근무하는 직원 수를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았다. 대신 일일 관람객 수를 제한한 채로 재개관했고, 이를 통해 관람객 한명 한명에게 보다 친절하고 깊이 있게 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기회로 삼았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도 오히려 늘렸다. 보이지 않는 신호를 따라 박물관에서 제시하는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인터랙티브 관람 키트인 '메멕스'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약관람제는 현재도 유지 중이다. 이를 통해 1시간당 관람객 수를 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총 관람객 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박물관을 찾은 개별 관람객에게 더욱 깊이 있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박 부관장은 설명했다. 그는 "2018년 연간 관람객이 23만명이었는데 당시에는 하루에 1000~2000명이 박물관을 찾기도 했다"라며 "그러다 보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깊이 체험하기 곤란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예약관람제를 전부터 고려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개관 후에도 지속적으로 소장품과 전시품을 늘려 나갔다. 소장품 수는 개관 당시 4000점이었는데, 박물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며 지속적인 취득·기증·기탁이 이어졌고 박물관 측도 자체적으로 소장품을 모았다. 그 결과 현재 소장품 수는 7700여점에 이르며, 이를 토대로 정기적으로 전체적인 전시 콘텐츠에도 변화를 조금씩 주며 업데이트를 해 나갔다. 많은 관람객들의 기증품들을 토대로 전시물들도 지속적으로 바뀌는 셈이다. 박 부관장은 "기증을 먼저 제안하시는 분들이 제법 많은 편이고 국내에서 유명한 게임연구가 분들도 개인적으로 소장하시던 것을 저희에게 기증한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고 경험 공유·확장하는 공간 됐으면"

넥슨컴퓨터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전시물이 현대 관람객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관람객들 입장에서 어릴 적 자신들이 즐겼던 각종 게임과 컴퓨터들이 이제는 하나의 유물이 돼 고스란히 박물관에 놓여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박물관에 배치된 전시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매개로 예전에 즐겼던 게임의 추억 등을 고스란히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박 부관장은 "보통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쇼케이스 안에 있는 유물들이 말 그대로 과거의 것들이지만,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전시품들은 상당수가 내가 어렸을 때 직접 만지고 놀던 컴퓨터나 게임기, 게임들"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향수를 느낀다고 많이들 얘기하고, 관람객들과 전시물들 사이에 유대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재개관한 이후 새단장한 넥슨컴퓨터박물관 전시장의 모습. [사진=넥슨컴퓨터박물관]


관람객에게는 박물관이 자신들의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이것이 친구·자녀 등을 데리고 다시 박물관을 찾는 계기가 된다. 박 부관장은 약 8년간 박물관에 몸담으면서 이러한 관람객들을 많이 봐 왔고, 내심 보람을 느껴 왔다. 그는 "박물관에 오신 분들이 다들 내가 벽돌 한 장 올렸다, 유리창 한 장 만들었다, 라는 식으로 얘기한다"라며 "그렇게 관람객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이 제게는 가장 기쁘고,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넥슨컴퓨터박물관만이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넥슨 IP의 오프라인 확장 작업이 더욱 중요한 작업이다.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넥슨의 게임들을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해 관람객들의 게임에 대한 추억을 일깨우고, 보다 개개인에게 와 닿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것이다. 박 부관장은 "온라인 게임의 성장과 태동을 경험한 관람객들이 추억을 좀 더 펼치고, 내가 경험했던 게임에 따라 또 다른 전시를 경험하고 그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박 부관장이 언급한 박물관의 지향점도 이와 맞닿는다. 박 부관장은 "책이나 미술은 내가 즐겼던 것을 공유하고 토론할 기회가 많은데, 게임은 사실 공식적으로는 그러한 채널이 많지 않다"라며 "다 같이 게임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고, 함께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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