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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니까 킹크랩 사라"고 강요한 장수농협...면박성 발언·공짜 노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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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3-04-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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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측이 고용한 공인노무사, 가해자와 지인 관계

장수농협 [사진=연합뉴스]

"왜 일을 그렇게 하냐,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너희 집이 잘사니까 킹크랩을 사라." 

지난 1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장수농협 30대 직원 A씨가 들은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30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북 장수군 농협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고인의 주장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고용부는 전주고용노동지청이 1월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 장수농협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6건을 형사 입건하고 과태료 총 6770만원을 부과했다. 가해자 4명에 대해선 사측에 징계를 요구했다. 공인노무사법상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한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고용부 감독 결과 A(33)씨가 숨진 1월 12일 직전까지 여러 상급자는 면박성 발언을 일삼고, 27만5000원짜리 킹크랩을 사 오라고 요구해 실제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 같은 괴롭힘을 사측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부당한 업무명령을 받는 등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사측은 공인노무사를 선임했다. 그런데 이 노무사는 가해자와 지인 관계로 드러났다. 이 노무사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서,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결혼한 지 불과 석 달밖에 되지 않았던 A씨가 당시 남긴 유서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선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며 "이번 선택으로 가족들이 힘들어지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번 감독 결과 장수농협의 '공짜 노동' 사실도 발견됐다. 장수농협은 조기 출근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시켰다. 마땅히 직원들에게 가야 할 수당이 4억원이 넘었다. 주 52시간제(기본 근로시간 40시간+최대 연장 근로시간 12시간)를 총 293회 어긴 사실도 드러났다. 

장수농협은 출산한 지 1년이 안 된 여성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휴일 근무를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은폐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며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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