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너도나도 탐내는 이차전지 종목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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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3-04-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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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3' 삼성SDI 부스 [사진=연합뉴스]

"이차전지는 테마주가 아니다. 인간 역사에 대변혁이 온다. 시대를 읽어라."

최근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이다. 이차전지 섹터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 종교를 연상케 한다.

이차전지 광풍은 개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기자가 만난 회계사도 국내 굴지 대형 사모펀드(PEF)가 이차전지 기업과 인수합병(M&A) 거래 종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차전지는 방전 후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전기자동차와 로봇산업이 만개하기 위해선 이차전지가 꽃피워야 한다. 이차전지 관련주는 당분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내용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증시에서 '불패의 이차전지'라는 수식어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회사의 기업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차전지 테마에 편승해 움직이는 종목들도 잡초처럼 자라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상장협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16개 기업이 1분기 주주총회에서 이차전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같은 기간 이차전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국내 상장사는 총 88개다.

88개나 되는 회사들이 모두 잘못됐다고 매도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차전지주 상당수가 실적이나 기업가치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기 굽는 불판'으로 유명한 자이글이 이차전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폭등했다. 회사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218%에 달한다. 불판이 한 달 사이 불티나게 팔릴 리가 만무하다. 지난해 자이글 실적은 매출액 150억원에 영업적자 27억원이었다. 2021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회사다.

반대 사례도 있다. 불소화학 전문기업 후성은 최근 울산공장에서 LiPF6(전해질) 생산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LiPF6은 이차전지 효율을 높이는 전해질 원재료다. 이날(17일 기준) 주가는 8% 넘게 하락했다.

이차전지에 편승하려는 기업들 대부분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에도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산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하는 기업들이 빈번했다. 테마만 바뀌었을 뿐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단골 소재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양극재 사업에 신규로 뛰어드는 기업은 거의 없다. 이차전지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으로 구성되지만 업계에서는 "배터리가 전기차의 심장이라면 양극재는 배터리의 심장"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양극재를 치켜세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많은 회사들이 '편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재 최고의 양극재 기술을 보유한 에코프로그룹 이동채 회장도 이익을 내기까지 10년 이상 고난의 시간을 겪었다고 밝혔으니 말이다.

에코프로마저 증권가에서는 평가가 냉혹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11일 에코프로에 대해 "위대한 기업이나 현 주가는 그 위대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2023년 4월 현재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평가를 마쳤다.

이차전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과열에 따른 폭발 위험성이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차전지 테마에 과열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안전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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