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개 은행에서 올해 1분기에 총 600억 달러(약 79조원)에 달하는 예금이 증발했다. 예금주들이 머니마켓펀드(MMF) 등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는 가운데 애플이 고금리 저축 상품을 출시하며 미국 중소은행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찰스 슈와브, 스테이트 스트리트, M&T뱅크 3곳에서 올해 1분기에 총 600억 달러의 은행 예금이 유출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던 역대급 속도의 예금 증발이다.
찰스 슈와브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말 기준 자사 예금 잔액이 전 분기 대비 11%(410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든 325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수탁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1분기 예금 잔액은 전 분기보다 5% 줄어든 22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2분기에 무이자 예금의 추가 유출 규모가 40~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 M&T뱅크의 예금 잔액 역시 지난해 말 1635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1591억 달러로 3% 감소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주가는 미국 증시에서 9% 넘게 하락했다. 다만, 찰스 슈와브와 M&T뱅크의 주가는 각각 약 4%, 8%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예금주들은 금리가 낮은 은행 예금에서 MMF나 미국 국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찰스 슈와브의 예금 잔액은 급격하게 줄었으나, MMF 잔액은 지난해 1분기 1430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3580억 달러로 150%나 증가했다. 작년 말 대비해서는 약 30%나 늘었다.
애플과 골드만삭스가 연이율 4.15%에 달하는 애플 카드 저축 계좌를 출시하면서 은행권의 예금 고객 모시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저축 계좌의 전국 평균 연이율은 0.35%에 불과하다. 애플이 제시한 연이율 4.15%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부 온라인 은행은 연이율 5%에 달하는 높은 이자를 제공하지만, 앨리 뱅크나 골드만삭스의 마커스가 제공하는 인기 있는 고수익 저축 상품의 이자율은 각각 3.75%, 3.9%로 애플보다 낮다.
이밍 마(Yiming Ma) 컬럼비아대 조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 부문의 혼란을 고려할 때 애플의 브랜드 인지도와 결합한 고금리 상품은 큰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 교수는 “모두가 애플을 알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이미 애플 카드를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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