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2만건 이상 소송 남발…'소송왕 방지' 민소법 개정안 실효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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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4-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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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3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소권남용 현황과 대응'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대법원 제공]


# '서초동 소송왕' A씨는 2014년 최초로 법원에 제기한 소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이후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대법원 등을 중심으로 소송물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소를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2020년부터는 법원에 직접 소장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소송제도를 악용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법원에 무차별적으로 제소를 했다. 하지만 A씨는 연간 100건 이상 소를 제기하고도 인지액과 송달료는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소권을 남용해 무리한 소송을 남발하는 일명 '소송왕'을 막는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등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18일 공포됐다. 개정안은 6개월 뒤인 오는 10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소장 접수 시 최소한의 인지액을 납부하도록 하고 소권을 남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인 남소(濫訴) 방지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사람이 1년간 2만3036건 무차별 소송···현행법으로 막기엔 '한계'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관계망인 코트넷에 '소권 남용 대응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안내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된 글을 올렸다. 

김 처장은 "전국 법원에서 소권을 남용해 반복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해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그럼에도 소권 남용을 막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법원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소진해야 했는데 국회 결단으로 남용행위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포된 개정 법률은 '민사소송법' '민사소송 등 인지법'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지난해 7월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소권 남용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본인 사건을 담당한 법관이나 법원공무원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소를 제기하고 대법원에는 반복적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 특히 전자소송 도입으로 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는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전자소송을 통한 소권 남용 사례가 급증했다. 

한 사람이 2019년 한 해에만 2만778건을, 2020년에는 2만3036건의 소송을 제기한 사례와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각급 법원에 3462건의 소를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법원은 소권 남용에 대해 △소장각하명령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 △전자소송 사용자등록 정지·말소 등 방법으로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소송 서류 송달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납부하지 않은 채 제기되는 부당 소송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소송왕 방지법' 국회 통과···소장 접수 보류 절차·과태료 규정 등 마련

이에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등 소권을 남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 3법을 대표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소장 접수 보류 절차'를 마련해 최소한의 인지액을 납부하지 않고 소장을 제출하면 법원이 해당 소장 접수를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소 인지액은 3000만원 이하 사건이 1000원, 3000만원 초과 5억원 이하 사건이 1만원, 5억원을 초과하는 사건이 5만원이다. 종이 소송뿐만 아니라 전자 소송에도 적용된다.

패소할 것이 분명한 사건에 대해선 소송구조 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과 그 불복 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에 대해 소송구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소권을 남용해 소 또는 항소를 제기한 사람에 대해 500만원 이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김 처장은 "소권 남용사건 처리에 소요되는 법원 역량을 최소화해 한정된 사법 역량을 일반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보장하는 데 오롯이 집중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정 법률이 입법 목적에 맞게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 정비와 전산시스템 반영 등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재경 지법 판사는 "현행 민소법상 원고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기만 하면 소가 제기된다고 해석될 수 있고 전자소송은 전자문서가 전산정보처리 시스템을 이용해 제출돼 전자적으로 기록된 때에 접수된 것으로 보고 있어 사전 접수 단계에서 부당 소송 대응이 불가했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보류 절차 등이 마련돼 사전에 일부 남소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권 남용에 대해서는 소송절차 전반에 걸쳐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입법 취지나 목적의 정당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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