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한 '대만의 부호'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鴻海)정밀공업 창업주가 "대만의 미래 발전을 위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간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궈 창업주가 일본 방문을 마치고 대만에 도착한 1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그는 지난 5일 국민당 총통 후보 지명전에 나갈 것이라며 내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18일 대만연합신문 등에 따르면 궈 창업주는 이날 대만의 미래 발전을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리적 이점과 산업적 우위를 활용해 대만의 '새로운 중간의 길(新中間的路)'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선 국력이 필요하며, 경제야말로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기초로, 경제를 통해 대만 산업이 국제 협력 거래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궈 창업주는 자신이 '경제 대통령'임을 적극 내세웠다. 그는 "대만의 잘못된 정치적 책략이 대만의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 전쟁을 멀리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경제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30일의 시간을 더 준다면 한층 구체적으로 대만의 미래 청사진을 그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신이 미래 대만 총통이 될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친중' 색채를 옅게 하는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장 뒷편에 좌우로 걸린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 사이에는 '대만 국부' 쑨원의 사진이 함께 걸렸고, 궈 창업주는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직접 대만 국가를 부르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중국을 구하라'는 쑨원의 유언을 읊었다.
총통 선거 출마 선언 전후로 미국, 일본을 방문한 궈 창업주는 향후 중국 대륙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직까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중화민국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평화와 경제무역 교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탄약고'를 전 세계의 '아시아 하이테크섬'으로 우러러 보도록 만들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궈타이밍은 대만 최고 부호다. 그가 세운 훙하이정밀은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이다. 중국 본토에 세운 폭스콘은 훙하이정밀의 자회사로, 애플의 최대 협력사이기도 하다.
그동안 친중 성향 인사로 분류된 궈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에 나서며 ‘대만의 트럼프’라 불렸다. 하지만 고배를 마시고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다가 국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대만민의기금회(TROF)가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 중에선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5%가 허우 시장을 선택했고, 궈 창업주를 선택한 응답자는 31%였다.
하지만 국민당 허우유이 시장과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 민중당 커원저 후보간 3자 경쟁에선 라이칭더 부총통를 지지한 응답자가 33%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허우유이(30%), 커원저(23%)가 이었다. 이밖에 라이칭더, 궈타이밍, 커원저 3자 경쟁에서도 라이칭더가 35% 지지율로 가장 높았고, 궈타이밍 26%, 커원저 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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