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육아휴직 자유롭게 쓰지 못해"
18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와 여성고용정책과 등 관련 부서는 '네이버 워킹맘 극단선택 사건'과 관련해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남녀고용평등법(육아휴직) 사안과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을 분리해 수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장관이 직접 이 사건을 언급한 데다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사건이 발생하면서 네이버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네이버 워킹맘 극단선택 사건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를 약속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법조계에서는 둘째 임신으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사용한 한 여성 변호사가 로펌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당 로펌 대표변호사는 재판에서 "여성 변호사가 출산하면 법무법인을 그만두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육아휴직은 사용 전 협의도 쉽지 않지만, 복귀 후에도 부당전보나 부당전배 등이 우려된다는 게 근로자들의 의견이다. 증권사에 재직 중인 여성 근로자 A씨는 "육아휴직을 쓰고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는데 법적으로 가기에는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어디 부당함을 알리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다. 네이버 워킹맘의 경우 생전 주변에 "워킹맘은 죄인인가"라고 말하는 등 육아휴직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을 수차례 호소했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고용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 적용 검토
전문가들은 워킹맘과 워킹대디가 아이도 낳으면서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이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워킹맘, 워킹대디에 대한 일의 원활한 진행에 대한 측면만 생각해서 괴롭힘이 생길 수 있다"며 "육아휴직은 권리라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은연중에라도 괴롭힘을 하게 되면 손해배상 소송까지 가게 되니까 남녀고용평등법상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육아휴직 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재택근무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현주 변호사(여성변회 총무이사)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며 "재택근무는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업무공간 축소 등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절약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도입된 각종 유연근무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유연근무제에는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이 있다. 이은주 변호사(IHCF 여성분과장)는 "임금체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유연한 근무형태의 적극적 도입은 일‧가정 양립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사업주 허락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도록 사업주 허용 없이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개정안(남녀고용평등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육아휴직 사용을 사업주 '승인'이 필요없는 자동 개시로 바꾸자는 취지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기업 단속에 강도를 높이는 한편, 제도 손질을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남성이 육아휴직 사용하는 경우 기업에 인센티브 △올해 상반기 근로감독 실시 △전담 신고센터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으로 돼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12세까지 확대하는 걸 추진하겠다"며 "여성과 같이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배우자 출산 휴가 같은 경우도 중소기업에 급여 지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는 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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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 죄인이 아니라 그 인성이 잘못이겠죠. 극히 일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