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지난 14일 폐쇄됐지만 벌써부터 '누누티비 시즌2', '제2의 누누티비'로 자칭하는 유사 사이트들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누누티비 폐쇄라는 성과가 더 많은 불법 사이트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사이트 폐쇄 3일 후인 지난 17일 텔레그램을 통해 본인을 누누티비 운영진이라고 소개한 이용자가 "'누누티비 시즌2'로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알렸다. 다만 이는 사칭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기존 누누티비 주소를 알려주던 텔레그램 방에는 다음날 "현 채널 외에는 어떠한 채널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라며 "재오픈 계획은 일절 없으며 데이터도 삭제했다"는 공지가 별도로 올라왔다.
더 큰 문제는 누누티비 폐쇄 이후 자신들을 '제2의 누누티비'라고 일컫는 유사 사이트들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 음성적인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주소(URL)를 소개하며 이용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ㅇㅇ티비' 등의 이름으로 활발히 운영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도 수두룩하다.
이 같은 현상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가 폐쇄됐을 당시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2018년 5월 말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밤토끼 운영자들을 검거하며 사이트 폐쇄를 이끌어냈지만, 곧바로 새로운 불법 웹툰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러다 보니 밤토끼 운영 당시보다 불법 사이트의 총 페이지뷰(PV)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집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어로 서비스된 불법 웹툰 사이트의 PV는 334억건으로 국내 웹툰 플랫폼의 전체 PV(286억건)보다 더 많았다. 이를 토대로 한 웹툰 불법 유통 시장 규모도 8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 증가했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불법 사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불법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즉각적인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임시 방책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이들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주소만 살짝 바꾼 '대체사이트'가 곧바로 개설돼 운영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누누티비 역시 방심위에 의해 20차례 차단이 이뤄졌으나 빠르게 대체사이트를 생성해 이용자들에게 신규 주소를 알려 왔다.
불법 사이트 운영에 따른 수익이 막대하다는 점도 우후죽순으로 계속 관련 사이트가 생기는 데 영향을 끼친다. 불법 사이트들은 홈페이지 곳곳에 불법 도박 배너 광고를 게재하는데, 배너를 클릭하면 사이트에 수익이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수익도 늘어난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누누티비가 불법 도박 광고로 그간 얻은 이익은 최소 3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현상을 우려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심위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협의체를 꾸렸다. 누누티비는 폐쇄됐으나 언제든 유사한 성격의 사이트가 개설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불법 사이트 이용이 더욱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범정부협의체에 참여하는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관계자는 "누누티비가 문을 닫았어도 불법 유통이 전반적으로 문제인 것은 여전하기 때문에 범정부협의체는 지속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누누티비 폐쇄 이후에도 유사 사이트들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 한 관계자는 "문체부에서도 현상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대응 방향성을 잘 알 수가 없다"라며 "차주 중 문체부 쪽과 만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운영사와 방송사,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등이 누누티비 대응을 위해 발족한 단체다. 지난달 8일 누누티비를 형사 고소한 바 있다. 누누티비가 문을 닫지만 형사 고소를 취하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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