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대책으로 논의 중인 '우선매수권', '갭투기 근절법' 등의 방안에 대해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이라는 특성상 권리관계가 복잡해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고, 추후 집값 상승에 따른 특혜 시비와 다른 소외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율경쟁'이라는 경매제도의 원칙과 공정경쟁이라는 자본주의 근간이 흔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0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당정협의회를 열고, 피해 임차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한 저리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금융권의 경매, 공매 유예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를 유예하겠다"면서"아울러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에서 발동되는 우선매수청구권(이하 우선매수권)은 경매 절차 진행시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주택이 경매에서 새로운 주인에게 낙찰되면 당장 거처를 옮기거나, 계약의 갱신 혹은 변경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경매업체 관계자는 "전세사기 임차인의 우선매수권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가 있을 때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주택을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나중에 집값이 상승한다면 특혜시비가 붙을 수 있고, 공정경쟁 저해,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깡통전세 핵심대책 3법' 가운데 전세가율을 70%로 제한하는 '갭투기 근절법'에 대해서도 부작용 우려가 깊다. 전세보증금을 주택가격의 최대 70% 이내로 제한하자는 이 법안은 무자본 갭투기를 원천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야당이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임대인들을 잠재적인 사기범으로 간주하고, 수급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가격에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강남구 대치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수요자들이 몰리는 인기지역"이라며 "전세가율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도 결국 초과된 비용은 반전세, 월세로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고, 거래 과정만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갭투자 금지법은 결과적으로 빌라, 오피스텔 거래를 어렵게 해 빌라 공급을 막고, 아파트 선호 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빌라 공급이 줄어들면 사회 초년생들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은 더 악화되고, 주택시장 불안도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주 경기대학교 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우선매수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게 하려면 경매 낙찰가와 보증금의 차액만큼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 형태의 명확한 제도적 근거가 필요한데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이라며 "갭투자 방지법 역시 수요공급의 원칙을 무시하는 시장 교란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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