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돈봉투 모른다'던 송영길, 파리 회견 직후 조기 귀국 '왜?'..."탈당도 고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회견 직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는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고 부정하던 송 전 대표가 빠르게 귀국을 결정한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논란의 확산을 우려해 송 전 대표에게 파리 기자회견을 취소하라는 요청도 했지만, 송 전 대표는 예정된 기자회견을 한 뒤에 곧바로 귀국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대표는 탈당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정계 은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송 전 대표의 귀국 이후에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야권의 책임론과 내홍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宋에게 연일 조기 귀국 압박...“강제 송환” 요구까지 나와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줄기차게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 요구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 간 송 전 대표는 애초 올해 7월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돈봉투 의혹이 확산하자 당내에서는 ‘송영길 책임론’을 제기하며 귀국 일정을 앞당겨 스스로 결자해지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가 귀국과 함께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당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기자회견은 할 것 같다”면서도 “비공식적으로 귀국을 촉구하는 얘기가 (송 전 대표에게) 여러 루트를 통해 들어갔는데, (예정보다 빨리) 들어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현지에서 특파원 등과 만나, 조기 귀국 여부를 밝히지 않으며 “토요일(22일)에 말씀드리겠다”며 기자회견만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를 비롯한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20일 의총 ‘송영길 성토대회’ 방불···강래구, 오늘 영장심사 후 ‘구속 기로’

그러나 민주당은 연일 책임론을 제기하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애초 정책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지만 10여 명의 의원이 자유발언을 하면서 ‘송영길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일각에서는 강제 출당 의견도 나왔고, 파리에 가서 압송해 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병원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본다. 마지막 정치생명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쓸 건가. 당을 위해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백 의원 등은 의원들이 파리로 가서 송 전 대표를 데리고 오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뜻을 모아 대국민 사과를 결의하고 송 전 대표의 즉각 귀국을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송 전 대표가 충분히 감안해 향후 행보를 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돈봉투 사건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우리의 정당성마저 잃게 했다”며 “떳떳하다면 피할 이유도, (귀국을) 미룰 이유도 없다. 억울한 누명을 쓴 거면 적극 해명해야 할 것이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는 거라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역시 송 전 대표의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20일 “민주당 측에서 수사기관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그만큼 저희로서도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총 9400만원의 불법자금이 당내에 뿌려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돈봉투 살포는 송 전 대표와 가까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윤관석 의원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강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늘 오전 11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