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에서부터 부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직접 경고할 정도다. 또 금융기관에선 동시다발로 돈을 빌려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다중채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IMF는 이달 중순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비(非)은행 금융사 리스크와 더불어 지난해 10월 한국이 겪었던 레고랜드발 회사채 시장 위기를 언급했다. IMF는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면서 "PF 대출 연체율이 정점에서 더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는 만큼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잠재적인 채무불이행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당국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리스크도 심상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3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38% 수준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문제가 없는 일부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 연체율이 20%에 육박할 것이란 지적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 역시 2020년 6월 29조2000억원에서 2년 만인 지난해 6월 49조4000억원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2금융권 PF 리스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부동산 PF 관련 시장 불안 가능성을 의식한 듯 관련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지도하고,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와 사업장의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에도 이 원장은 "부동산 PF와 관련해 300~500개 사업장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PF 관련 대응책도 강구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PF·공동대출 자율협약을 통해 카드·캐피털사 등과 상호금융업권이 사업장 부실에 공동 대응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통상 부동산 개발 관련 공동대출은 동일한 상호조합끼리 참여하고 있으며 저축은행·여전사·상호금융 등 중소 서민금융으로만 대주단이 구성된 소규모 단독 사업장이 많다. 이에 업권별 자율협약을 우선 가동해 부동산 PF·공동대출 사업장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전체 다중 채무자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 규모가 139만명으로 전체 중 31%를 차지했다는 점 또한 현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국내 다중 채무 청년들 대출 잔액은 155조원으로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은 1억1000만여 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채무자 대비 다중 채무자들의 부실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고 높은 이자 부담에 부채 규모 역시 빠르게 확산될 여지가 높은 만큼 이들을 방치하면 자칫 연쇄 위기로 작용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금융권 신용대출을 연 10% 미만 금리로 전환해주는 KB국민희망대출에 다중 채무자들이 몰린 것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다중 채무자들의 채무 상환 능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부채를 갖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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