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가운데 경제사절단 중 원전 기업들이 포함된 점을 금융투자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 관련 협력이 구체화되면 주가 상승 모멘텀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30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양국 원전 협력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원전주 가운데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를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기업 명단에 세 기업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원전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전 관련주인 한전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3월부터 현재까지 각각 22.94%, 14.81%, 11.19%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2021년 5월 원전 이슈로 두산에너지빌리티 주가가 급등한 점을 이미 학습한 만큼 관련주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한·미 정상이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합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같은 해 5월 20일 방미 일정에 맞춰 1만3320원에서 6월 7일 3만886원으로 약 3주 동안 130%가량 상승한 경험을 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방미 일정이 나오자 텔레그램 채널 등을 통해 원전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온 바 있다”면서 “투자자들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 관련주 중 하나인 원전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입찰 직전이던 지난해 10월에 불거졌다. 한수원 APR1400 노형 설계에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적용됐다며 이를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기업 간 벌어진 갈등이 원만히 봉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원전 시공 능력이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떨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시공 인프라와 미국의 외교적 지원이 결합해 유럽 등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방안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진행됐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시장 공동 진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기존 내용을 구체화하는 논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IP(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논의가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양측 간 합의점 도출이 가시화하면 원전산업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크로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추종 매매보다 시간을 갖고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관계자는 “(원전주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차익실현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해와 유사한 신용거래 급증으로 수급이 꼬였다”면서 “투자자라면 하루 이틀 정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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