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금단의 땅인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주한미군 평택 기지 이전을 계기로 120년 만에 300만㎡(약 90만평) 크기의 공원으로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된 것이다. 용산공원 개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미국 뉴욕 시내 대형 녹지 '센트럴파크'(약 103만평)나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 등이 모인 워싱턴D.C.의 '내셔널몰(the National Mall)'과 같은 명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용산공원은 오는 2027년 열 예정이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개원 시기가 계속 연기됐다.
결국 대통령실과 인접한 30만㎡(약 9만평) 부지부터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4일 먼저 문을 열게 됐다.
3일 정부는 사전 공개 행사를 가졌다. 기자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연결된 주출입구를 통해 어린이정원에 입장하니 이국적인 붉은색 단층 건물들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미군 고위 장교들이 머물던 숙소를 리모델링해 홍보관과 용산서가(도서관), 전시관 등으로 재활용했다고 한다. 종전 미군기지의 특색을 최대한 살렸다는 설명으로 건물 벽에 붙어있는 영어 경고문이 이색적이다.
홍보관에서 용산 120년 역사를 확인한 후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어른을 위한 ‘사색’이라는 주제의 두 공간으로 구분된 도서관을 방문했다. 관람객의 휴식과 독서를 위해 마련된 곳이라고 한다. 포근한 분위기는 좋았지만 규모가 다소 아담해 동시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대형 수조 위에 1500개의 전통창호 모양 광원이 설치돼 마치 호수 위에 반딧불이가 떠다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음마당과 이벤트하우스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해 쓸 예정이다.
메인인 잔디마당으로 연결되는 곳에 카페가 있다. 5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드넓은 잔디마당(약 2만평 규모)과 대통령실 청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언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수분 흡수가 필수다. 외부로 개방된 데크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잔디마당과 가로수길을 보니, 가을 낙엽과 겨울 설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시원한 바람이 맞이하는 전망언덕에서는 정원 전체와 남산, 용산 도심, 국립중앙박물관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근무 중인 대통령실 청사도 볼 수 있어 인증사진을 찍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기자가 직접 둘러보진 못했지만 정원 동쪽 스포츠필드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정원 개방과 함께 대통령실 초청 전국유소년야구대회와 축구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용산공원의 '토양 오염' 논란은 지나칠 수 없다. 정부는 임시 개방된 전 지역에 걸쳐 15㎝ 이상 흙을 덮은 뒤 잔디 등을 식재하거나 식생매트 설치, 유류저장탱크 제거 등 기존 토양과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추가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고 한다. 오염원을 깊숙이 묻어뒀을 뿐 근본적으로 처리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취재를 지원한 정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환경 모니터링을 면밀히 시행했다"며 "공기 질 측정 결과 주변 지역보다 오히려 더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여름철 장마 등 돌발 변수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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