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꺾으면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고 했다. 자신의 보좌진과 나눈 회의 내용이 담긴 녹취가 보도된 지 이틀 만에 여권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최고위원 사퇴 요구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MBC는 지난 1일 태 최고위원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 수석이 '공천'을 언급했다는 음성 녹취가 보도돼 논란이 됐다. 사안에 연루된 당사자들은 공천 언급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총선을 1년여 남짓 앞둔 상황이어서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를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공세와 막후 작전, 가짜 뉴스들은 더욱 많이 나올 것이고 '태영호 죽이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저의 모든 신상도 탈탈 털 것이다. 그러나 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을 '탄압'으로 규정한 셈이다.
아울러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제 핸드폰을 해킹하고 지인들에게 피싱 메일을 보내고, 페이스북 가짜 계정을 만들어 후원금을 갈취하고 심지어 지난주 금요일에는 종북 단체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제 지역구 사무소를 무단 점거하는 사태도 벌어진 와중에 제 보좌진 중 그 누가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까지 불법 녹음해 유출시켜 정치 공세에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제가 언급했던 4·3 관련 발언을 시작해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여러 역사적 평가와 관련한 발언이 있은 후 매일 사퇴하라는 정치적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을 불러온 자신의 음성 녹취에 대해서도 거듭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태 최고위원 "이 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그는 "의원실에 대한 음해와 비난·억측, 가짜뉴스에 대해선 앞으로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라며 "지금까지 저와 일해온 저의 보좌진이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제 마음이 아프다"고 성토했다.
윤리위에 징계 안건 추가 요청한 與 지도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태 최고위원의 '개인 일탈'로 돌리며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당 윤리위원회에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사안을 추가해 병합해 판단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향후 윤리위는 △SNS에 'JMS(Junk·Money·Sex) 민주당' 게시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 등으로 태 최고위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 절차가 개시된 것에 더해 이번 사안도 병합해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무역업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본인이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켰다"라며 "그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당에 주게됐다는 점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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