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이 지난 3년 동안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이 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선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자 '시한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자료에 따르면, 대출 만기가 연장되거나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이른바 ‘코로나19 대출 지원’ 잔액은 총 36조6206억원에 달했다. 집계 기간은 지원이 시작된 2020년 4월에서 이달 4일까지로, 건수는 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유예 중복을 포함해 25만9594건이었다.
이 중 재약정을 포함한 대출 만기 연장 잔액은 34조813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1조5309억원도 ‘코로나19 금융 지원’의 원금상환 유예조치로 상환이 미뤄졌고, 총 2762억원의 이자도 유예됐다.
문제는 상환이 유예된 대출금 37조원에 지방은행 등 그 외 은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IBK기업은행은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23%를 차지하지만, 이번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잔액인 122조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185조8951억원이지만, 2021년 말에는 202조4462억원, 2022년 말에는 219조1738억원으로 늘었다. IBK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까지 그 범위를 넓히면 금융권의 잠재적 위험인 코로나 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은행에도 위기감이 감도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분기 실적공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1분기 연체율이 두 배에 가깝게 올랐다”며 “앞으로 한두 달 조심스럽게 관망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JB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전북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57%에서 1.19%로 2배 올랐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쌓인 대출잔액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정황은 새출발기금 신청에서도 감지된다. 출발기금은 금융권 만기연장과 상환유예조치를 이용한 개인사업자, 법인소상인 차주 중 1개 이상의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한 차주를 대상으로 채무를 조정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 채무액은 3조4805억원이다. 쉽게 말해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에도 “더 이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며 도움을 요청한 부실 대출이 3조4805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 대출'이 현재 금융권의 보이지 않는 폭탄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만기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종료 시점이 5차례 연기된 탓이다. 당국의 지시로 2020년 4월 시작된 ‘코로나19 금융지원’은 지원 종료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추가 만기연장·상환유예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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