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의회가 지역 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추홀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전원 찬성 의결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단체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구 의원 10명, 공무원 5명 등 15명은 9일 독일과 스웨덴으로 해외연수를 위해 출국한다. 7박9일 일정으로 실시되는 연수에는 세금 총 9100만원이 지출된다. 당초 구의원 15명 전원이 참석하는 계획으로 1억5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으나, 일부 의원들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해 지출 규모는 계획과 비교해 다소 줄었다.
본지가 이번 해외연수 계획을 검토해보니 총 9일 일정 동안 공식기관 방문은 독일 발도로프 학교, 프라이부르크 시청, 노인아카데미, 스톡홀름 노인복지청 등 총 네 차례에 불과했다.
매일 한 차례 남짓 공식 일정 외 나머지 시간은 방문 도시 견학 일정으로 짜여 있었다. 괴테하우스, 뢰머 광장,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하이델베르크 대학가거리, 하이델베르크 고성, 프라우엔 교회, 남펜부르크성, 바사호 박물관, 스톡홀름 전통시장 방문과 프라이부르크 시내전경 감상 등 여느 여행사의 관광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현재 약 2500가구에 달하는 미추홀구 주민들이 전세사기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미추홀구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파악된 건축 사기꾼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미추홀구 피해 가구는 2484가구, 전세보증금은 총 2002억1473만원에 달한다. 이 중 임의 경매로 넘어간 가구는 전체의 61.6%에 해당하는 1531가구로 집계됐다.
미추홀구의회는 지난달 27일 미추홀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취지의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 결의안’을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지역 사회에서는 의원 스스로 정부에 미추홀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결의할 정도로 지역 상황이 심각한데, 현 시점에 국민 혈세로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3월 말 성명을 내고 “연수 목적부터 ‘선진국 우수 사례 연수를 통한 의정·의회 행정 역량 증진’으로 불분명하다”며 “전세 사기 피해로 주민이 극단적 선택까지 한 상황에서 유럽 관광 연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추홀구의회는 지역 사회의 비판 여론에 불구, 전세사기 사태 해결과 별도로 해외연수를 통한 의원 교육 역시 의회의 책무라며 해외연수를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배상록 미추홀구의회 의장은 해외연수 강행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의회가 (전세사기 사태 해결 외)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하며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만, 이와 별도로 연수 등 의원 교육도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호도 관광이 연수의 주 목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초선들이 스웨덴, 독일 등 선진국을 제대로 보고 배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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