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실호기(勿失好機)'와 '첩첩산중(疊疊山中)'. 지금 한·일 관계와 한·중 관계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다.
윤석열 정부 1년, 냉각기였던 한·일 관계는 해빙 모드를 거쳐 정상화를 위한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런 맥락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하라'는 뜻인 물실호기(勿失好機)라는 사자성어를 표현했다.
반면 한·중 관계는 위기다.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경제 문제부터 외교 안보까지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대일 관계 개선을 강조해 왔다.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 양국 정상은 '셔틀 외교' 복원이 실질적으로 이어지도록 양국 간 분야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과거사 관련 이전 정부 방침 유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 한·일 항공 노선 정상화 노력 등 결과를 낳았다.
다만 한국 시찰단 파견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등 한국 외에도 주변 여러 국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그간 우려를 표했지만 별도 시찰단을 파견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찰단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오염수 방류를 지지해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면 현재 5차 중간보고서까지 나온 IAEA 검증과 서로 충돌하는 결과로 이어져 혼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방을 문제 삼은 주중 한국대사관의 지난 4일자 항의 서한에 대해 "이런 격렬한 정서와 선을 넘는 언사는 외교기관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 매체의 독립적 보도에 대해 난폭하다고 할 만한 방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로서는 한·중 관계를 개선할 만한 희망적인 전환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다만 양국 간 교류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시작될 것이며 현실적으로 서로 필요한 게 많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태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