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1년] 지구 3바퀴 돌며 위기 대응…정책 운용 핵심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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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3-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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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생·기업현장 70차례 방문

  • 1년새 지구 3바퀴 광폭행보

  • 풀어야 할 과제 산적...경기부양 관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거센 도전 과제들을 안고 출범한 새 정부의 경제팀은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조차 없다. 비상한 각오로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 추 부총리는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오며 이같이 각오를 다졌다.

첫 행보 역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지시한 것이다. 대통령 취임 축하 만찬에도 불참한 채 물가·추가경정예산 상황, 금융·외환시장 동향 등 당면 현안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추 부총리는 지난 1년간 물가 안정과 건전 재정 기조 확립, 기업 경영 환경 개선 등에 매진해 왔다. 다만 노력 여부와 별개로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대표되는 경제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1%대 중반의 성장률마저 위태롭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이 밖에도 세수 결손 확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발로 뛰는 부총리...물가안정·민생 행보 눈길
추 부총리 취임 이후 1년 동안 열린 비상경제 TF 회의만 106회에 달한다. 경제 정책 운용의 핵심 키워드가 '비상'이었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 추 부총리는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건 '물가 안정'과 '민생'을 챙기기 위해 시장, 마트 등 현장을 70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문제 진단과 해결에 방점을 둔 현장 행정의 일환이다.

첫 현장 행보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방문으로, 시장 곳곳을 돌며 소상공인들의 애로를 듣고 그들의 노고에 사의를 표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영업 여건이 다소 나아졌으나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인한 지출 증가로 경영난이 심화했다는 하소연이 주를 이뤘다. 

새해 첫날에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방문해 수출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새해에도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수출 활력 제고를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누비며 '영업사원' 자처...외부 우려 불식 주력 
한국 경제를 향한 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의식해 전 세계를 누비며 '영업사원'과 '홍보맨'을 자처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국제회의 17회, 국제기구·양자회담 45회, 국제신용평가사 면담 등 경제단체 교류 8회 등 참석한 행사만 70회에 달한다.  

최근 한 달로 좁혀 봐도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직후 12년 만에 이뤄진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수행하며 59억 달러(약 7조7974억원)어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투자를 약속한 기업은 넷플릭스 등 8개사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 부총리는 1년 동안 지구 3바퀴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며 활발한 경제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제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어려운 대외 환경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패권 갈등, 미국발 글로벌 긴축 기조 등 녹록지 않은 변수들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秋 "성과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경기부양 전환 주목 
경기 하강 압력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각종 경제 지표도 악화일로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플러스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월별 무역 수지도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29개월 연속 적자가 난 이후 최장 기간이다. 

물가 흐름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중순 최고 6%대로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7%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2분기 들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4%대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경기 부양의 '실탄'이 돼 줄 세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3월까지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했다. 1~3월 누계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부진한 세수 흐름이 연중 지속될 경우 최대 50조원까지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경제팀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었으나 아쉬운 점도 상존한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경기·금융시장·물가 전반의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을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성장 잠재력 확충에 주력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한 해"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경기 침체 대응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둔화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 안정보다 성장 강화에 둬 재정과 통화 정책을 경기 진작 기조로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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