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도, YB도 "우리 회사 걱정"···세대 간극 커지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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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5-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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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 내 '세대 갈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서는 '본점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젊은 직원들과 팀장급 이상이 갈등을 겪는가 하면 NH농협은행에서는 '신·경 분리'를 기준으로 이전·이후 입사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단순히 MZ세대 등장으로 겪는 세대 차이 문제를 뛰어넘어 회사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은에서는 본점 부산 이전 이슈와 관련해 세대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정부와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본점 위치를 서울로 못 박고 있는 현행 산은법과 내부 직원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해당 기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 고시했다. 일부 산은 직원들은 부산에 신설된 동남권투자금융센터로 내려갔다. 

노조원으로 가입한 젊은 산은 직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부산 이전 계획에 강력히 반발하는 한편 선배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간 산은 위상을 일궈온 선배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부산 이전 추진과 관련해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급으로 볼 수 있는 팀장급 이상부터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 사측으로 분류된다.

산은 관계자는 "(선배 임직원들은) 산은 부산 이전이 결국 산은 위상과 역량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국책은행인 산은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논리가 없는 정치 공세에도 쉽게 흔들리는 산은 모습에 기관 위상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업무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30·40대 여성 직원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부산 이전이 결정되면 이들의 퇴사 러시가 회사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에서도 신·경 분리 이전·이후 입사자 간 세대 갈등이 작지 않다.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2년 3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했다. 이를 통해 신용 부문을 맡은 농협금융그룹은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했지만 농협금융 지분 100%를 중앙회가 갖고 있다. 신·경 분리 이전 농협은행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지분 구조를 차치하더라도 결국 농협은행 근간인 농업금융을 지원한다는 목적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경 분리 이후 농협은행으로 입사한 직원들 생각은 다르다. 일선 금융회사 행원으로 입행한 만큼 이들은 여타 민간 금융기관 성격을 더욱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 다른 민간 금융그룹들과 비교해 농협금융에서 배당 성향을 가장 높게 가져간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일은 신용 부문이 하고, 돈은 경제 부문이 가져간다'는 푸념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런 색깔이 많이 옅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추후 세대가 바뀌고 젊은 직원들이 임원 등으로 올라설 때는 '농민금융 지원'이라는 뿌리도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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