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를 이끌어 낸 일본인 변호사가 국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일본 재판부를 비판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1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을 열었다.
이날 이른바 '관부 재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대리했던 야마모토 세이타(山本晴太) 변호사가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 상황에선 국가면제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위안부 사건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피해자들이 마지막 구제 수단으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들의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권면제를 제한해야 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낸다면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노동이나 위안부 피해자 개인이 소송을 통해 청구권을 다툴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일본 재판부가 근거로 든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대해 "민사소송을 할 수 없다는 문구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1951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과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하며 맺었다.
이어 "사실 2000년경까지는 일본 정부도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입장을 내세우지 않았다가 피해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현지 법원 판결이 차례차례 나오자 주장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인 국가면제를 인정해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한국 법원이 인권 측면에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며 "피해자 개인과 가해국 사이의 문제로,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일본·미국이든 한국·베트남이든 피해자에게 엄청난 용기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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