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2년 차에 돌입하면서 무성했던 '개각설'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긴호흡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국회 인사청문회로 자칫 국정 동력이 훼손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6일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각 문제가 많이 보도가 됐는데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은 안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며 "다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개편을) 해나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으로부터 '중폭 개각이 임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받고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면서 "장관이 2년은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등 장기 개혁 과제의 시동을 건 상황에서, 주무 부처 장관의 교체가 업무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국정 동력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개각설은 연초부터 흘러나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출마 가능성도 있다.
역대 정부는 통상 총선 1년을 앞두고 개각을 단행해 왔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서는 가능한 빠른 시기에 당으로 복귀해 지역구 관리에 나서야 당내 경선과 본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직접 개각에 제동을 걸면서 이들 장관의 여의도 복귀 역시 빨라도 6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차기 장관 후보자에 분류되는 인사들 상당수가 총선 출마를 고심하는 것도 개각 시계를 늦추는 요인이다.
'야당의 시간'으로 불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대통령실의 검증을 거쳐 내세운 장관 후보가 청문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견되고, 여론이 악화된다면 그 정치적 부담은 그대로 윤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김남국 코인 논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 굳이 장관을 바꾸지 않더라도 '실세 차관'을 내려보내는 것으로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공무원들이)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를 하라"고 발언하고, 그 다음 날 탈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강경성 전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교체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대통령실 참모진은 이르면 5월 말부터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 출신 이진복 정무·강승규 시민사회·김은혜 홍보수석 등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추 부총리 후임으로 거론되며, 비서관급에서도 출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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