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선의 시시비비] 잘못된 첫 단추, 늦더라도 다시 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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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3-05-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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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사진=연합뉴스]

“우리 당은 최고위원 말 실수로 당원권 정지를 3개월에서 1년까지 하는데 야당은 뻔뻔하기 짝이 없다.”

최근 만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말이다. 그에게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단 그 분노는 정쟁에 시달려 협치를 못하는 한 여당 의원의 볼멘소리로만 들리지 않았다. 지금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코인) 투자 사태는 그저 재테크에 능한 젊은 의원의 단순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혹 제기 나흘 만에 마지못해 쓴 듯한 ‘뒷북 사과문’에서도 그는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했다. 

과연 어떤 눈높이를 말하는 것인가.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자신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 사과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 의원은 거듭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서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확산하자, 김 의원은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면서까지도 억울함을 토로하기 바빴다. 특히 민주당의 자체조사와 별도로 수많은 언론이 그의 코인 거래내역과 자산 증식 상황 등을 집요하게 취재하자 언론을 향해 경고장까지 날렸다. 

그는 “(코인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난 일주일 허위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다”며 “잠시 우리 민주당을 떠나지만, 항상 민주당을 응원하고 함께하겠다”고 코인 자산 의혹 언론보도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소탈한 이미지로 언론과도 크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탈당 등 일련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항변하는 태도에서 ‘뻔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한 젊은 국회의원이 평소 말하던 것과 달리, 뒤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십억원의 코인을 사고팔았다는 당혹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늘상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코인 투자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불법 정치 자금’ 연루설까지 제기되며 코인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지만, 김 의원은 한번도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코인이 공직자 재산공개의 대상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는 언론을 향해서도 날선 반응만 쏟아냈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이와 같은 김 의원의 태도다. 그가 첫 사과문에서 “국민들께 더 일찍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고 한 이후, 국민은 그가 스스로 진실을 밝히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 의원은 사과문을 낸 이후 자신의 코인 거래와 자산 형성 과정을 공개했어야 했다. 당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했다. 여전히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민주당조차 그의 비협조로 인해 ‘자체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결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그를 제소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다시 풀어서 제대로 채우면 된다. 김 의원은 이제라도 결자해지할 때다. 

[석유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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