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금융 불안에 대비하여 금융관리 시스템 개혁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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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기자
입력 2023-05-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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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다. 무역수지는 반도체 경기 침체와 대중 관계 악화로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금융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부동산 PF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시기에 진행되었던 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가 올해 종료될 경우 대출부실이 현실화 되어 은행권의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될 우려마저 있다.

금융시장 위기는 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경제위기로 번지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엄중함을 정부도 잘 알고 있으며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우리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어느 나라보다 탁월하기는 하나 만약 금융안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금융위기 가능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안정 관리 시스템이 과연 위기를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데 적절한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요 국가들의 금융정책 패러다임을 크게 바꿨다. 우선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그리고 거시건전성이라 불리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경제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하게 금융기관들만 감시하는 게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를 관리하면서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을 통해 다원화되었던 금융부문의 안전성 관리를 금융안정감시위원회로 일원화했고 EU, 영국 등도 거시건전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혁을 발빠르게 추진했다. 최근의 글로벌 고금리 현상과 금융기관 경영위기는 아마도 이러한 금융정책 변화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 시기 기존의 금융관리체계 틀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금융산업 효율성을 명목으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하나로 통합한 금융위가 신설되었으나 불과 수개월 만에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구조가 됐다. 우리나라는 금융산업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금융과 거시건전성 감독도 담당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가 돼 버렸다. 자신의 사업을 자신이 감독하는 기이한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처럼 거시건전성 관리기구도 갖추어지지 않은 채 10여 년이 흘렀다.

불안정한 구조로 인한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치른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는 끊임 없는 금융사고가 이어져 왔다. 저축은행 사태, 라임사태, DLS 사태, 옵티머스 사태, 그리고 현재의 부동산 PF 사태까지 거의 1, 2년에 한번 꼴로 금융사고가 터진 셈이다.

최근의 부동산 PF 사태의 기저에도 이러한 불안정한 시스템이 놓여 있다. 부동산 PF는 전전 정부에서 초이노믹스 일환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부동산 PF 대출이 과도하지 않도록 규제 장치도 마련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규제에 부동산 PF 브리지론은 빠져 있다. 브리지론은 PF대출 심사가 가능하도록 사업 초기에 미리 돈을 빌려주는 대출로서 실제로 PF 승인이 안 나게 되면 크게 문제가 발생하는 위험한 대출제도이다. 그럼에도 브리지론이 규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많은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브리지론에 참여했고 현재 부동산 PF 문제의 가장 큰 뇌관이 되었다. 산업성장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다 보면 이처럼 건전성 규제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부위정경(扶危定傾)이라 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의 위험이 커져 가는 이때, 우리의 금융안정 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이를 바로잡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추진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금융안정정책과 금융산업정책을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금융산업 효율성에만 특화된 현재의 제도로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둘째, 거시건전성 관리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거시건전성 분석 협의회는 있다.

그러나 이처럼 느슨한 협의체로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거시건전성을 관리할 수가 없다. 거시건전성 관리책임이 있는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금감원, 예금보험공사가 참여하는 단일 건전성 관리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셋째,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은 금융안정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제도의 정착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은 LTV, DSR 등 대출규제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이러한 대출규제를 경기를 부양시키거나 또는 부동산가격을 잡는 데 사용해 왔다. 정권마다 바뀌는 대출규제 정책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기대했던 효과도 나타나지 않거니와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크게 만드는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부동산 PF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를 부동산가격 연착륙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로 해결하려 한다면 금융시스템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연되는 것에 불과하다.

흔히들 문제가 터지면 공무원들을 탓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보통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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