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1.6%에서 1.4%로 끌어내렸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보다 미미하고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정 후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 잡던 1.5%보다도 낮은 것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1.5%로 제시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앞서 지난달 4일 내놓은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었다.
한국은행마저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면서 올해 1% 초·중반대 저성장이 유력해졌다. 민간 기관의 경우 1%대 초반은 물론 0%대 성장 전망까지 심심찮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이달 초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나타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기대를 하기 어렵다며 하반기 경제 저성장을 예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KDI,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건 그만큼 '상저하저(上低下低·하반기도 저조)'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라며 "이는 하반기에도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 경제는 추가적 경기 부진이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수출 회복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상저하고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날 상저하고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성장률을 각각 0.8%, 1.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충북 청주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현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작년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어렵고 하반기로 가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그 흐름은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다"며 하반기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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