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차익거래에 요동치는 해운업계...HMM, 6월 운임 TEU당 250달러 인상 제안

올해 들어 좀처럼 1000포인트선을 넘지 못하는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가 여름에는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인 HMM은 6월 1일부터 컨테이너선 운임 인상을 선사에게 제안했으, 탱크선의 단기 계약 운임도 올랐다.

전 세계 해양 무역의 약 6%를 책임지는 파나마 운하가 가뭄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늘어나는 석유·액화천연가스(LNG) 거래량과 비교해 이를 운반할 탱크선이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은 탱크선 운임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31일 해운업계에 HMM은 6월 1일부터 컨테이너 운임을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당 약 250달러 인상하기로 선사들에게 제안했다. 

인상 운임 원인 중 하나는 파나마 운하가 지난 24일부터 운하를 지난 대형선박에 대한 무게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곳으로, 유럽향 해상 화물을 책임지는 곳이다. 지난해 기준 5억2000만t(톤)의 화물이 이 운하를 지났으며, 통과한 배는 1만5000여척에 달한다. 

최근 이곳이 가뭄으로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선박이 이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약 2억L(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물이 부족해 지면서 선박 무게에 제한을 두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향 대형 선박들은 배의 용량 대비 적은 화물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선박 지연 효과를 일으켜 물동량이 감소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올해 강수량은 매년 있는 가뭄 시기보다 심각해 무게 제한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 화물이 줄어든 만큼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선주들은 운임을 인상하기로 했다.

실제 최근 다수의 해운사가 6월 1일부터 운임을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당 200~300달러 인상하겠다고 GRI(General Rate Increase)를 화주에게 전달했다. HMM역시 여기에 동참했다. GRI는 선주가 화주에게 제안하는 선박 운임 견적을 의미한다. 

파나마 운하 가뭄으로 인한 컨테이너선 운임 인상 전망에 이어 탱크선 운임 역시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하역하는 10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증가하면서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노후 선박에 대한 억류 등 단속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에 따른 아시아 역내 탱크선 부족 우려가 야기되면서 탱크선 운임 역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수요증가와 차익 거래에 따른 탱크선 물동량 증가도 운임 증가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석유제품의 가격이 유럽산 석유제품을 크게 상회하면서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미국 상업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46만 배럴 감소했다. 이는 80만 배럴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것이다.

이 같은 시황에 따라 MR탱커선(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의 단기계약 운임은 최근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SCFI가 바닥을 찍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선박 지연 효과가 예고돼 있어 여름에는 운임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운임은 선사들이 한번에 올리고 내리는 경향이 있어 파나마 운하 가뭄에 따른 운임 인상은 전세계 모든 선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HM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