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휴대폰에 연락 내역 無…사회와 철저히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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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3-06-0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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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정유정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했던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의 휴대전화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해 온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조사결과 정유정의 휴대폰에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이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유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도 없이 쭉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며 "정유정의 휴대전화 이용 내역을 봤더니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정유정이 사회와 단절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왔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손 변호사는 "그러다 보니까 자신만의 관심 분야, 범죄물에 빠져 상상 속에서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둔형 외톨이 자체가 범죄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안 좋게 진행될 경우 끔찍한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문가는 범행 당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정유정의 모습에 주목했다. CCTV 속에는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본인 집에서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끌고 피해자 집으로 향하는 정유정의 모습이 담겼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CCTV 속 정유정의 모습을 두고 "성격장애적 요인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보통 사람이, 아무리 범죄자라도 누군가를 죽이면 '이를 어떻게 하나' 하면서 굉장히 당황하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한데 저 모습은 그런 공포나 당황스러운 모습이 들어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마 추후에 검찰에서 심리 분석을 할 걸로 예견된다"며 "단순한 사이코패스하고는 약간 다른, 추정컨대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게 있는데 어떤 성격장애적 요인을 보이는 게 아닌지 추정하게 만드는 굉장히 독특한 장면이다"라고 전했다.

또 정유정이 또래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이 교수는 "본인에게 가장 핸디캡이 5년 동안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다 보니 아마도 본인은 '영어를 못해서 사회생활을 못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과외 앱에서 피해자가 아주 유능한 영어 선생님,  그러니까 일류대를 나온 영어 선생님이니까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본인의 결핍과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 서로 관련성이 있다"며 "아마 과외선생님과 같은 사회적 지위, 과외선생님과 같은 학벌, 이런 것들을 갖고 싶었던 게 이 피해자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신분을 바꿔치기 하겠다는 명시적 계획보다 '저 사람이 너무나 되고 싶다'와 같은 생각을 틀림없이 했을 것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의 범행은 택시기사 신고로 드러났다. 택시 기사는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정유정은 경찰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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