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바리톤 김태한(23세)이 벨기에에서 열린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성악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988년 성악 부문 신설 후 아시아 출신의 남성 성악가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김태한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콘서트홀 보자르에서 폐막한 콩쿠르 수상자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수상 상금은 2만5000 유로(약 3500만원).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김태한은 2000년 8월생이다.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음대에서 나건용 교수를 사사한 김태한은 지난 2021년 국내에서 개최된 한국성악콩쿠르,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며 성악계 샛별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를 기록하기도 한 그는 오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에 오른 김태한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콜트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불어로 완벽하게 소화해 관객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김태한이 이 대회에서 우승함에 따라 한국은 2년 연속 우승자를 배출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같은 대회 첼로 부문에서 첼리스트 최하영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대회에는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17명 심사위원 중 소프라노 조수미가 참여해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전을 보내 “이번 수상은 K-클래식의 글로벌 영향력을 각인시킨 강렬한 장면이었다. 김태한 님의 빼어난 감수성과 집념, 음악적 투혼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라며 “이번 우승을 통해 K-클래식의 지평이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김태한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전 세계 각지에서 더 많은 이를 위로하기를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한편, 벨기에 왕실이 주관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벨기에 출신 바이올린 거장 외젠 이자이(1858∼1931)를 기리기 위해 1937년 시작된 경연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부문을 대상으로 진행되다 세계 2차 대전으로 중단됐지만, 1951년 벨기에 왕비 엘리자베스 본 비텔스바흐의 후원 아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로 이름이 바뀌어 재개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