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NCR)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자본건전성 제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사가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수정NCR 기준으로는 다수의 대형 증권사 역시 2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NCR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회사채 신용등급이 강등돼 조달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는 만큼 지표 제고를 위한 증권사의 고심도 깊어지는 중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으로 총 12곳의 국내 증권사 NCR이 500%를 하회했다. 해당하는 증권사와 NCR은 △상상인증권 208.3% △다올투자증권 271.3% △대신증권 271.5% △DS투자증권 288.0% △KR투자증권 290.2% △유진투자증권 310.3% △SK증권 315.8% △한국포스증권 384.4% 등이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인가업무 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다. 통상 증권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NCR이 100%를 하회할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NCR이 금융당국 규제 기준인 100%를 넘어도 기업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용등급 평가 시에는 보다 높은 NCR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AA-등급 신용도를 위한 NCR 비율로 450%를 제시하고 있다. NCR이 낮아질 경우 회사채는 물론 주가연계형 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 파생결합사채(ELB) 발행 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NCR 개선이 시급한 증권사는 대신증권으로 풀이된다. NCR이 낮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만 2021년 4분기를 기점으로 지표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439.7%였던 대신증권의 NCR은 2022년 1분기 377.0%, 2분기 373.5%, 3분기 367.2%, 4분기 340.3%로 꾸준히 하락세다. 이로 인해 대신증권은 등급 하향 변동요인을 충족한 상태다.
NCR이 1000%를 상회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도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평가사들이 NCR만큼이나 중요하게 사용하는 지표인 수정NCR 기준으로는 이들 대형사도 신용등급 기준을 하회하고 있어서다. 수정영업용순자본과 수정총위험액 비중인 수정NCR은 250% 미만일 경우 등급 하향 변동요인이 된다.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1분기 말 기준 주요 증권사들의 수정NCR은 △미래에셋증권 176.9% △NH투자증권 161.1%, 삼성증권 210.3% △KB증권 195.2% △신한투자증권 181.5% △하나증권 199.1% △대신증권 212.8% △키움증권 218.9% 등이다.
수정 NCR이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경우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될 수 있다.
SK증권의 경우 수정NCR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익창출력 부진, 2020년 이후 시장지위 저하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이 악화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5월,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월 SK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부정적)로 조정했다. SK증권의 NCR은 30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제시하는 건전성지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건전성지표가 지속적으로 요구수준에 미달될 경우 강등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건전성지표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자본 확충을 통한 지표 개선이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높은 부동산PF 비중과 업황 불확실성으로 인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낙관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수채를 비롯해 은행채와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제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계열사의 지원이나 배당 축소 등이 없다면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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