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성폭력 교육 80시간 이수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강간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피해자의 바지를 벗긴 행위가 충분히 인정되고, 단순 폭행이 아닌 성폭력을 위한 폭행으로 판단된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고, 머리만을 노려 차고 밟았다"며 "일망의 망설임도 없이 피해자를 끌고 갔고, 다량의 출혈이 있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로 나아가려 했다"고 판결했다.
법정에 직접 나와 선고를 지켜 본 피해자는 "그냥 살지 말걸 그랬다. (피의자가) 출소하고 대놓고 보복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도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하며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경 귀가하던 피해자 B시를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청바지에 대한 검증 결과, 대검에서 회신된 유전자(DNA) 재감정 결과, 피고인이 성폭력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뒷머리를 강타해 실신시킨 후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피해자의 옷을 벗겨낸 사실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기존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 내용이 변경됐다.
검찰은 항소심 선고에 앞서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22일 새벽 5시경, 서면의 한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 B씨는 자신을 따라온 피고인 A씨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엘리베이터를 향하던 B씨의 뒤로 접근해 돌려차기로 B씨의 후두부를 가격했고, 이 충격으로 B씨는 건물 벽면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쓰러졌다.
B씨가 쓰러진 후 A씨는 B씨의 휴대폰을 빼앗은 뒤 발로 머리를 재차 폭행했다. B씨가 의식을 잃고 몸이 굳은 채 기절하자, B씨는 한 차례 더 발로 머리를 내려찍은 후 B씨의 목덜미 부근을 잡고 끌다가 어깨에 둘러메고 유일하게 CCTV가 없는 사각지대인 건물 1층 복도 비상구 쪽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B씨의 구두와 가방이 떨어지자 소지품들을 챙겨간 A씨는 8분 후 도주했다.
B씨가 CCTV 사각지대에 있던 시간은 약 8분으로, 이 동안의 행적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후 B씨는 입주민에 의해 발견돼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사건 당시 최초 발견자인 입주민과 피해자 언니의 증언에 의하면 발견 당시 상의가 올라가 복부가 보였으며, 바지 버튼과 지퍼가 열려 있고 벨트가 풀려 있었다고 한다. 속옷은 바지 안 오른쪽 종아리에 걸쳐져 있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의 증언에 따르면 벨트가 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강간을 계획하지 않는 이상 벨트를 풀고 바지와 속옷을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며 2심에서 검찰이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해 기소했다.
피고인 A씨는 1992년 생으로 경호업체 직원이었고, 각종 폭행, 강간, 성매매 사기, 주거침임 등을 저질러 형사입건 횟수가 18번인 범죄자로 드러났다. 기막힌 사실은 이번 사건도 출소 후 불과 3개월 만에 저지른 일이라는 점이다.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가 시비를 거는 것 같아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답했으며,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판사의 판결과 검사의 기소가 잘못됐다는 듯이 3년형을 주장하는 데다가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물론 자신을 숨겨준 여자친구 등을 탈옥해서 죽이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가해자의 전 여자친구와 지인들, 교도소 동기 등 주변인물들은 A시의 위험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전 여자친구의 경우 A씨가 수감 중에 편지로 '피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를 알고 소리내며 외우고 있다'며 출소 후 보복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의 교도소 동기도 A씨가 "출소 후 보복해야 할 여자들이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죽여 버리고 싶다, 그때 때린 것의 배로 때려 주겠다"며 자랑하듯이 말했다고 제보했다.
이에 법무부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A씨를 교도관 참여접견 대상자와 서신검열 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특별관리 중에 있다"며 "형이 확정되면 피해자 연고지와 멀리 떨어진 교정시설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소 후 피해자 보복' 발언 등 보도 내용을 조사하고 있고, 관련 규정에 따라 징벌 조치와 형사법상의 범죄 수사 전환 등을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며 "범죄 가해자에 의한 보복 범죄 등 2차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와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측은 범죄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에 의견을 제출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