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해법을 찾다 中] 베를린 가정 30%가 한부모…'양육비 선지급제'로 아동빈곤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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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스톡홀름(스웨덴)=조현미 기자
입력 2023-06-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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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은 출생률 극복한 獨·스웨덴 가보니

  • 18세 미만 최대 6년까지 지원…연방정부 40%·주정부 60% 부담

  • 회수율 저조에도 "아이가 차별 받아선 안돼"…한국은 차일피일

  • 싱글맘이 만든 獨한부모가족협회, 공적기능·법정후견인 역할도

알렉산드라 스파츠카 한부모가족협회 베를린지부 대표(가운데)가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지부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만나 협회 주요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6.5 [사진=여성가족부]

"독일에는 한 부모이면서 정부 고위직이나 회사 임원에 오른 사람이 많습니다. 리자 파우스 독일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도 그중 한 명이죠."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만난 알렉산드라 스파츠카 독일 '한부모가족협회' 베를린지부 대표는 "베를린은 '한부모가족의 수도'"라고 소개한 뒤 이같이 말했다. 

스파츠카 대표는 "독일 가정 중 18%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데, 베를린은 그 비율이 30%에 달한다"며 "이전과 달리 지금은 한부모가족이 일반적인 가정 형태로 사회적 인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들 1명을 둔 그도 과거엔 싱글맘이었다.
 
"회수율은 중요하지 않다"···獨 43년 전 선지급제 도입
독일은 사회적 변화에 맞춰 한부모가족 지원책을 늘렸다. 1980년 도입한 양육비 선지급제가 대표적이다.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내주고 나중에 비양육 부모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지급 대상과 금액은 △0~5세 187유로(약 26만원) △6~11세 252유로(약 35만원) △12~17세 338유로(약 47만원)다. 18세가 되기 전까지 최대 6년간 지원한다. 재정은 연방정부가 40%, 주정부가 60%를 부담한다.

선지급을 받으려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나 아빠가 직접 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이 들어오면 지방 정부 아동복지청에서 검토를 거쳐 양육비를 주고 비양육 부모에겐 급여를 비롯한 수입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라는 편지를 전달한다.
 

양성평등과 가족정책 선진 사례 공유를 위해 독일과 스웨덴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셋째)이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주 교육·청소년·가족부에서 양육비 선지급제를 비롯한 정책을 청취하고 있다. 2023.6.5 [사진=여성가족부]

독일은 양육비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아동 빈곤을 막고자 지급 대상과 기간을 늘려왔다. 엘케 마이어디켈 베를린주 교육·청소년·가족부 양육비 대지급제 담당관은 "제도 초기엔 16세 미만 아동에게 최대 3년만 지원했다"며 "아동 빈곤을 예방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제도를 여러 번 개정해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도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비양육 부모가 제때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사회보험청에 선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 통상 6주 이내 선지급 여부를 결정해 양육비를 지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육비 선지급제 논의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선지급 후 회수율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로 제도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국정과제에는 빠졌다.

대신 여성가족부는 양육비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한부모가족(중위소득 75% 이하)에 최대 12개월간 자녀 1인당 매달 20만원을 한시적으로 긴급 지원한다. 다만 채무 회수율은 2022년 9월 기준 14.4%에 머문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일찌감치 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양육비 선지급 후 비양육 부모에게서 회수하는 금액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수도 베를린은 15%로 더 저조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마이어디켈 담당관은 "양육비를 선지급한 뒤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전제로 제도를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선지급제의 기본이 되는 생각은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양부모가정 아이와 비교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되고, 재정적 어려움 없이 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지급제의 최종 목표는 비양육자가 책임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선지급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한부모가족협회 베를린지부 사무실. 2023.6.5 [사진=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건강한 아동 성장에 최우선···민간 기관도 힘 보태
한부모가족 아이들이 경제적·정서적 빈곤 없이 크는 데는 민간 단체도 큰 역할을 한다.

1967년 싱글맘이 만든 독일 한부모가족협회는 한 부모 이익을 대변하고, 관련 법률 제·개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여가부 산하 가족센터와 유사한 공적 기능도 맡는다. 

16개 주 지부에선 한 부모·비혼모 등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법·제도를 공유하는 정보 교류 간담회 등을 개최한다. 미성년 아이들에게는 법정후견인 역할도 한다.
 

양성평등과 가족정책 선진 사례 공유를 위해 독일과 스웨덴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프뢰벨가족상담센터를 방문해 센터 역할과 운영 방식 등을 청취하고 있다. 2023.6.6 [사진=여성가족부]

베를린에 있는 민간 기관인 '프뢰벨가족상담센터'는 이 지역 아동과 청소년, 한 부모 가족·동성 부부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가정에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 내용은 다양하다. 양육과 아동·청소년기 자녀 행동 문제 관련, 별거·이혼·양육권 등 부부 관계, 이혼 가정 문제 등을 다룬다.

센터 인지도는 상당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몰린다. 랄프 체불라 프뢰벨가족상담센터장은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전국에 가족상담소를 만들었고 필요한 국민에게 도움을 주도록 법으로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 신청자가 많아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부모가족협회와 가족상담센터 운영에는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만 간섭은 받지 않는다. 스파츠카 한부모가족협회 베를린지부 대표는 "협회는 독일 연방정부에서, 각 지부는 해당 주정부에서 예산 일부를 지원받는다"며 "지원 예산에 대한 지출내역서 등 증빙자료를 내야 하지만 정부가 업무량을 지시하지는 않는다. 자율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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