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13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 "자영업자 소득 감소 추세…최저임금 감당 못해 폐업까지 고민"
경영계는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자영업자·중소영세기업 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지불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가 최근 경기불황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근로자보다 적은 돈을 벌며 생활고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연 평균소득은 2021년 기준 1952만원으로, 월로 환산하면 163만원이다. 같은 해 한 달에 182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류 전무는 "최근 현장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줄이고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만 이를 판단할 심의자료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본부장은 "관련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결과를 심의자료로 채택해 논의하는 방안을 이번 회의부터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되면 노동자 생계 어려워"
반면 노동계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업종별 임금격차가 큰 상황에서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되면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국·일본·유럽연합(EU) 업종별 임금수준 국제비교를 보면 이미 한국사회는 업종별로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하는 숙박·음식업은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업종"이라며 "노동자들의 빈곤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노동자 뿐 아니라 자영업자 부담까지 가중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지금도 외식업의 경우 최저임금 만으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낙인효과를 낳고 구인난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부재로 근로자 위원이 부족한 상황에 대한 대안 마련도 촉구했다. 정문주 사무처장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 중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대신해 모두발언에 나섰다.
정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대안 마련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심의 진행을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김 사무처장은 전남 광양 광양제철소 포스코복지센터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한국노총이 법원에 청구한 김 사무처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도 이날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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